AI가 깨운 메모리 '슈퍼사이클'…월가 "이번엔 더 오래 간다"

AI 컴퓨팅 공급 늘수록 수요도 폭증…"과거 투자 사이클과 달라"
HBM 넘어 D램·낸드까지 공급난…월가 "2028년까지 지속 가능"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6새대 고대역메모리(HBM4)와 7세대(HBM4E)를 살펴보고 있다. 2026.7.8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와 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범용 D램과 낸드까지 공급 부족이 확산하면서 과거와 다른 장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파트너의 대니얼 로버츠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공급 곡선이 수요를 추월하는 상황을 상상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과거의 상품·투자 사이클과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는 특히 AI 산업에서는 컴퓨팅 공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더 큰 수요가 만들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 공급되는 컴퓨팅 능력 하나하나가 기존 수요를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몇 배의 추가 수요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확산하고 처리 속도가 빨라질수록 컴퓨팅 자원 소비가 더욱 늘어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2024년 대비 2027년 말 두 배, 2030년에는 세 배 이상인 약 125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REN도 내년 6월까지 AI 인프라에 최대 3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것은 수요 부족보다 현실적인 건설 제약이다. 로버츠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이미 전력 확보를 둘러싼 "사회적·정치적·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곳곳에서도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과 용수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AI 컴퓨팅 수요는 메모리 시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AI 서버용 HBM뿐 아니라 서버용·저전력 D램 수요까지 늘면서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고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특히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제약하는 가운데 AI 서버의 메모리와 데이터 저장 수요까지 증가하면서 낸드 시장에도 공급 압박이 확산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호황이 과거 메모리 사이클보다 오래갈 가능성에 주목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신규 생산능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7년 중반~2028년 이전까지 메모리 업황의 펀더멘털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대형 고객들과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BofA는 장기계약이 향후 생산능력의 50~70%까지 차지할 수 있어 과거보다 가격과 실적 변동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높은 가격이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을 자극하고 중국 업체들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신규 공급이 본격화하면 가격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은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할 가능성도 변수다.

하지만 로버츠는 AI 산업에서는 공급 증가가 수요를 충족하는 대신 다시 더 많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거의 상품·투자 사이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