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53엔 진입…캐리 청산 겹쳐 엔화 7개월래 최강세 지속

155엔선 붕괴 후 손절매·옵션 달러매도 가속…이달 들어 4% 상승
BOJ 내주 0.25%p 인상 확률 97%…美 CPI·연준 금리경로도 변수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10.28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3엔대로 7개월 만에 최강세를 지속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달러·엔 환율이 주요 지지선인 155엔을 뚫고 내려가면서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손절매와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하고 있다.

8일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환율은 달러당 153.53엔까지 내려와 엔화 가치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직후 기록한 수준도 넘어섰다.

엔화는 미국 휴일로 거래가 한산했던 전날에도 1.2% 급등했다. 지난주 초 달러당 160엔 부근과 비교하면 4% 가까이 상승했다.

엔화 강세를 촉발한 단일 요인은 없지만 BOJ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과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자금 본국 회귀 가능성,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미국의 정치적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달러·엔 환율이 155엔 아래로 내려간 것이 추가 엔화 매수를 촉발했다. 토니 시커모어 IG 시장분석가는 최근 움직임에 대해 "155엔 부근의 중요한 지지선이 무너진 뒤 엔화 매도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렸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55엔선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손절매 주문이 촉발됐고 옵션 딜러들도 달러를 매도해야 했다. 엔화 강세가 다시 엔화 매수를 부르는 흐름이 형성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달러당 152엔대가 다음 목표로 거론된다. 로드리고 카트릴 내셔널호주은행(NAB) 전략가는 155엔 지지선 붕괴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뚜렷하게 열렸다며 달러·엔 환율이 이전 저점인 152.27엔과 152.10엔 부근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52.10엔은 올해 엔화가 달러 대비 기록한 최고 수준이다.

엔화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엔 캐리트레이드의 광범위한 청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엔화가 갑자기 급등하면 환차손 위험이 커져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게 된다.

마루야마 린토 SMBC닛코증권 수석 금리·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154엔 아래로 내려가면 엔 캐리트레이드 추가 청산과 손절매를 촉발해 엔화가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기본 전망"이라고 말했다.

엔화의 추가 상승 여부를 가를 첫 번째 변수는 이번 주 미국 물가지표다. 시장은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오는 마지막 주요 경제지표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60% 반영하고 있다.

더 큰 시험대는 다음 주 17~18일 BOJ 금융정책결정회의다.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 시장은 BOJ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7% 반영하고 있다.

카트릴 전략가는 "엔화는 갈림길에 있다"며 "다음 주 금리인상은 필요한 조건이지만 최근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BOJ가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고 연말 이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전망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