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화 방어'에 美국채 매각…장기금리 낮추려는 미국엔 부담
8월 외화증권 보유액 감소폭, 986억달러 환시개입 규모와 비슷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포함한 외화증권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외환보유액 자료에서 8월 말 외화증권 보유액은 전월보다 878억 달러 감소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투입한 외환시장 개입액과 비슷한 규모다.
일본 재무성은 앞서 8월 26일까지 한 달 동안 엔화 매수 개입에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15조 4000억 엔(986억 달러)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미국과 공동으로 실시됐다.
외화증권 보유액 감소 규모가 시장 개입액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본이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 등을 매각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무성 자료에는 외화증권의 종류나 만기별 보유 내역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보유액 가운데 외화증권의 약 70%가 미 국채에 투자된 것으로 추산한다.
8월 말 미 국채 가격 변동도 외화증권 보유액 감소를 설명하기에는 미미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가격은 8월 말 기준 7월 말보다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평가액 변동이 일본의 외화증권 보유액 급감에 미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이 실제 미 국채를 팔아 엔화 방어 자금을 마련했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주목할 만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국채시장의 안정과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이 필요할 경우 미 국채 매각을 통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오는 11월 4일까지 두 달 동안 장기물 국채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전체 외화보유액도 크게 줄었다. 8월 말 기준 외화보유액은 전월보다 946억 달러 감소한 9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시장 개입의 또 다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외화예금도 69억 달러 감소했다.
다만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외화보유액이 남아 있어 일본 정부가 필요할 경우 추가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설 여력은 상당하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일본은 앞으로 미 국채를 직접 매각하지 않고도 개입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 이후 향후 개입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FIMA 레포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FIMA는 외국 중앙은행과 국제통화당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본은 이를 통해 미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매각하지 않고도 하루 최대 60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미 국채 매각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 압력을 제한하면서 엔화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외환보유액 자료는 일본이 기록적인 엔화 매수 개입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외화자산을 실제로 동원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엔화 약세가 다시 심화할 경우 일본 정부가 추가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는 여력도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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