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 끝내나…BOJ 인상·캐리 청산에 달러당 150엔도 시야
日美 엔저 시정·BOJ 인상 기대에 엔 캐리 흔들…헤지펀드 매도 포지션 33%↑
美 CPI 약하면 152엔 전망…17조엔 매도 베팅 청산시 142~146엔 가능성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엔화가 사흘 만에 달러당 5엔 넘게 급등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초(超)엔저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일본 당국의 엔화 약세 시정 의지가 강해진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서는 달러당 150엔까지 엔화가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 2일 달러당 160엔대 초반에서 거래됐지만 4일 오전에는 155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사흘 만에 엔화 가치가 5엔 넘게 상승한 것이다.
엔화는 지난 7월 달러당 163.99엔까지 떨어져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가계의 해외투자 확대와 무역적자 등 구조적인 엔화 매도 요인이 지속된 데다 일본 당국의 거듭된 시장 개입에도 엔화 약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9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닛케이는 시장에서 엔화가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변화의 계기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다. 베선트는 지난달 말부터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단호한 시장·통화정책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등의 발언을 반복했다.
이에 일본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미일 금리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BOJ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1.25%로 높일 확률은 97%까지 상승했다. 한 달 전 52%에서 크게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향후 0.50%포인트 인상이나 빠른 연속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다만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신중한 정책 성향을 고려하면 이달 당장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극히 낮게 평가된다.
금리차 축소 전망은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서 엔화 급등 직전인 지난 1일 기준 헤지펀드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달러 대비 10만2188계약, 약 1조2000억 엔으로 전주보다 33% 증가했다.
그만큼 엔화 약세 베팅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 엔화가 추가 상승하면 매도 포지션을 되돌리기 위한 엔화 매수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씨티그룹 자료에서는 엔화 투자 포지션이 8월 초 이후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했고 이번 주 레버리지 펀드와 은행, 장기 투자자 모두 엔화를 순매수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자금 회수 가능성도 엔화를 밀어 올리고 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역사적인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해외자산을 처분하고 국내로 자금을 돌릴 유인이 커졌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도는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다.
특히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일본 공적연금(GPIF)이 국내 채권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엔화 매수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심리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은 미국의 강한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엔화 약세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8월 미국 신규 고용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7월 고용도 감소에서 증가로 수정됐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전망이 높아져 통상적으로라면 달러 강세·엔화 약세 압력이 커져야 했다.
하지만 엔화 하락폭은 1엔 정도에 그쳤다. 닛케이는 강한 미국 경제지표에도 엔화 상승을 예상한 매수세가 강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전했다. 이에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엔화의 추세 전환 여부를 확인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오조라은행의 모로가 아키라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약하고 연준이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한다면 엔화가 달러당 152엔 정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가 BOJ의 금리 인상 기조를 더욱 용인한다면 150엔도 시야에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은 더 큰 폭의 엔화 상승 가능성도 제시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누적된 엔화 매도 포지션이 최대 약 17조 엔(109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JP모건의 다나세 준야와 사이토 이쿠에 애널리스트는 이 포지션이 완전히 청산될 경우 달러·엔 환율이 142~146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지난 5년 동안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 60엔 떨어졌다며 오랫동안 이어진 엔화 매도의 흐름이 바뀔지 외환시장이 갈림길에 섰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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