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AI 격변에 '최악의 불평등' 온다…새 국제기구 필요"

화이트칼라 넘어 로봇이 육체노동까지 대체…"신입 일자리부터 타격"
국가 차원 전담기구 등 설립 촉구…"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전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2026.1.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인공지능(AI)이 초래할 사회·정치·경제적 격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별 전담기구와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에세이에서 AI가 "지금까지 발명된 가장 위대한 평등화 도구가 될 수도, 최악의 불평등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지도자와 전문가, 지역사회가 AI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진입하려는 사회·정치·경제적 격변의 시기에 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불행히도 지금 우리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 AI 시대에 순조롭게 진입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최상의 상황에서도 AI 시대로의 전환이 "인류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시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간 가장 필요한 노동자가 가장 먼저 피해"

게이츠가 특히 우려한 것은 노동시장이다. 과거 기술혁신과 달리 AI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기존 노동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다양한 산업의 인간 지적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영업과 고객지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법률보조 업무 등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대출 심사, 데이터 분석, 환자 분류 등의 업무도 AI가 맡을 수 있다고 게이츠는 전망했다.

육체노동도 예외가 아니다. AI를 탑재한 로봇의 성능이 높아지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특히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젊은층은 채용 기회 자체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게이츠는 AI에 밀려 다른 일을 찾으려 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작 (AI 대체 속도가 빨라) 가장 시간이 없다"며 "봇으로 대체되는 회계직 노동자나 시간당 20달러를 받다가 시간당 10달러짜리 로봇에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 경쟁도 AI 도입을 가속할 수 있다. 한 기업이 AI와 로봇으로 비용과 가격을 낮추면 경쟁사 역시 이를 도입할 수밖에 없어 노동 대체가 더욱 빨라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전담기구 만들고 국제기구도 필요"

게이츠는 각국 정부가 고용과 교육, 사회안전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고용·조세·에너지·선거·공중보건·금융시스템·국가안보 등 여러 분야에 걸친 AI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위험은 국경을 넘기 때문에 국제기구도 병행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국제사찰 체제와 국제항공 규제, 오존층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 등을 참고할 수 있다고 게이츠는 설명했다.

그는 "AI를 위한 새로운 국제기구에는 이 세 가지의 요소와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게이츠는 AI가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공급과 기후변화 대응, 식량 생산 확대, 질병 퇴치 등 세계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가속할 잠재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I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술이 될지, 혜택을 폭넓게 나누는 기술이 될지는 앞으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얼마나 빨리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