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지갑 닫는 美소비자…월마트 주가 9% 급락

美동일점포 매출 2.6% 상승 그쳐 예상하회…2020년 말 이후 최저 성장률
휘발유 4달러 넘자 소비 '선택과 포기'…연간 실적 전망 상향에도 주가 급락

월마트 매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분기 실적과 연간 전망 상향에도 미국 내 매출 성장세 둔화에 주가가 9% 넘게 급락했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에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한 정황도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월마트 주가는 전장보다 9.15% 급락한 103.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월마트의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 증가한 1879억달러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약 1860억달러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0.81달러로 예상치 0.74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미국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2.6%에 그쳐 월가 예상치 3.7%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의약품 가격 하락도 매출 증가율을 끌어내렸다. 메디케어가 의약품 가격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의 영향을 받은 헬스·웰니스 부문을 제외하면 핵심 상품의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3.4%였다.

월마트는 높은 연료 가격이 소비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분기를 월별로 살펴보면 휘발유 가격이 상승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선 시점부터 소비자 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레이니 CFO는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서면서 "심리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소비자들이 선택을 하고 있다"며 특히 6월에는 고객들이 소비에서 '트레이드오프(trade-offs)'를 하는 모습이 좀 더 뚜렷했다고 말했다.

실제 분기 중 고객 방문객 수와 객단가 모두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월마트는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쇠고기와 감자칩, 탄산음료 등 수천개 상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식료품 사업은 퍼스널케어와 뷰티, 반려동물용품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한 자릿수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반 상품 매출은 한 자릿수 초반대로 증가했다.

반면 전자상거래 매출은 23% 늘어 시장 예상치 22%를 웃돌았다. 미국 내 전자상거래 매출은 24% 증가했다. 아마존의 프라임데이에 맞서 진행한 판촉 행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월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1% 증가했다. 관세 환급 효과 등에 힘입어 매출총이익률이 1.58%포인트 개선됐다. 다만 가격 인하 투자와 연료비 상승이 일부 상쇄 요인으로 작용했다.

월마트는 신학기 쇼핑 시즌과 연말 판매 계획이 시작되는 3분기에 순매출이 3~3.7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정 EPS 전망치는 0.62~0.64달러로 제시했다. 2027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4~5% 증가하고 조정 EPS는 2.80~2.8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매출 전망은 월가가 예상한 약 5% 성장에 비해 보수적이었고 조정 EPS 전망 역시 시장의 기존 예상치인 2.97달러를 밑돌았다.

월마트의 실적 전망에는 관세 환급 효과도 포함됐다. 회사는 미국 연간 매출의 약 0.5%에 해당하는 약 29억달러를 환급받을 수 있으며 현재까지 해당 관세 환급액의 사실상 전부를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레이니 CFO는 환급금을 고객 경험 개선과 가격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식료품과 일반 상품 가격 인하에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