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자경단 깨어났다…레드라인 넘은 美10년물 50bp 더 뛸 수도"
존스홉킨스대 스티브 한케 응용경제학 교수 포춘 인터뷰
통화량 증가·재정적자·관세는 국채시장에 '치명적 칵테일'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국채시장에서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다시 등장하면서 장기금리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사실상 방어해 온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향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50bp, 1bp=0.01%p)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존스홉킨스대의 스티브 한케 응용경제학 교수는 19일(현지시간) 포춘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미 국채시장에 "치명적인 칵테일(deadly cocktail)"을 만들어냈다며 "채권 자경단이 동면에서 깨어났다"고 말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방만한 재정이나 통화정책에 반발해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매도로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금리를 끌어올려 결국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도록 압박한다는 의미다.
한케 교수는 미 국채에 대해 "상당 기간 매우 약세" 전망을 유지한다며 10년물 금리가 현 수준에서 추가로 50bp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케 교수는 현재 국채 매도세를 만들어낸 요인을 세 가지로 구분하면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통화량 증가를 꼽았다. 유동성과 기회비용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한 광의통화 지표인 '디비지아 M4(Divisia M4)'는 전년 대비 6.7% 증가하고 있다. 한케 교수가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 2%와 부합한다고 보는 적정 통화 증가율 약 6%를 웃돈다.
한케 교수는 "첫 번째는 언제나 돈"이라며 팬데믹 당시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상당 부분 빠져나간 뒤 통화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통화량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한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가 병 밖으로 나왔고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채권금리를 결정하는 만큼 통화량 증가가 향후 물가에 대한 우려를 높여 장기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포춘은 여기에 재정 문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이 결합하면서 국채시장이 압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케 교수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베선트 재무장관이 사실상 방어하려 했던 수준까지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선트 장관은 10년물 국채금리가 4% 아래인 이른바 '3%대(3 handle)'로 내려가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시장에서는 10년물 4.5%, 30년물 5% 안팎을 베선트가 용인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경계선으로 받아들여 왔다고 포춘은 전했다.
한케 교수는 10년물 4.5%, 30년물 5%를 베선트의 "레드라인"이라고 표현하며 특정 개인만의 견해가 아니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읽어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리는 이러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특히 30년물 금리가 지난달 31일 5.27%까지 오르자 미국은 일본과 함께 엔화를 매입했다. 미·일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1998년 이후 처음이었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일본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 미 국채를 매각하고, 이로 인해 미 장기금리가 더욱 상승하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포춘은 당시 캠프데이비드 내각회의에서 공개된 베선트의 메모에 '일본 엔화(JPY) 50억~100억달러 매입'이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한케 교수는 최근 국채금리 흐름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시장에 압력이 쌓이고 있었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30년물 금리는 18일 장중 5.34%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가 19일 재무부의 장기물 바이백 소식에 5.20% 안팎으로 내려왔다. 19일 10년물 금리는 약 7bp 하락한 4.637%를 기록했다.
한케 교수는 현재 주요 자산 가운데 위험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시장은 채권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몽유병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sleepwalking along)"고 표현했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열풍이 증시를 떠받치면서 채권시장에서 나타나는 위험 신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금리 상승 자체가 주식시장의 과열을 식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상승하기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더라도 증시에서 서서히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케 교수는 증시 거품이 정확히 언제 꺼질지는 "사실상 예측 불가능하다"면서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명확하게 긴축하고 통화량 증가세가 둔화하면 거품 붕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시장들도 몽유병에서 깨어나 위험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며 그 여파가 우선 주식시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채권 자경단은 항상 어느 정도 곡선보다 앞서간다"며 "이번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케 교수는 원유시장 역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유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고 중동에서도 정제 능력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는 이미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지만 원유 가격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에 따라 향후 한두 달 안에 유가가 "거세게 반등할(come roaring back)"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케 교수는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가 달러화의 지위를 무너뜨리거나 미국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이 국제 기축통화를 보유하는 한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식 국가부도는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라며 자신은 여전히 "킹 달러 편"이라고 말했다.
관세와 제재 정책이 달러의 국제적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최근 3년 동안 국제 거래에서 달러 사용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비중도 늘었지만 출발점 자체가 워낙 낮고 주로 유로화의 점유율을 잠식했을 뿐 달러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한케 교수는 결국 국채시장에서 시작된 위험의 재평가가 다른 자산시장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장기 국채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높은 시장금리 자체가 증시의 과열을 식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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