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금리 급등에…월가 "재정개혁 못하면 민주사회주의에 기회"
BCA리서치 "민주사회주의자라면 증세에 정치생명 걸 수도"
CNBC "채권시장 압박 지속되면 서서히 타오르는 정치위기"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월가의 노련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회주의가 새로운 투자정치 변수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막대한 국가부채로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정치권이 증세나 지출 삭감 같은 재정개혁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기존 정치세력이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증세를 주장하는 민주사회주의 세력이 정치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가의 이른바 '스마트 머니' 사이에서 최근 사회주의가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CNBC방송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스마트 머니는 시장 경험과 정보력이 뛰어난 전문 투자자·기관투자자의 자금 또는 투자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다.
월가 스마트머니 사이 논의의 핵심은 사회주의 자체가 아니라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자본주의 진영이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채권시장이 미국 가계에 안길 고통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투자리서치업체 BCA리서치의 매트 거트켄과 위슈 마 전략가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는 민주사회주의자라면 미국도 이제는 어느 정도의 증세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해 정치생명을 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민주사회주의 세력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누가 집권하든 막대한 국가부채와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압박이 극심해졌다. 기존 정치권이 증세나 지출 삭감처럼 유권자에게 인기 없는 선택을 계속 미룬다면 지금처럼 채권시장이 금리 상승을 통해 이를 강제할 수 있다.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은 월가보다 일반 미국인의 생활에 더 직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국채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등 가계가 실제 부담하는 금리로 전이되는 반면 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고금리의 고통이 실물경제인 '메인스트리트'에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평등 해소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는 민주사회주의 정치인이라면 기존 정치권보다 증세를 추진할 정치적 유인이 클 수 있다고 BCA는 설명했다.
포퓰리즘과 증세가 투자시장의 주요 정치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BCA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커지면서 2027년에는 초당적인 규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2029년 이후에는 증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도 변하고 있다. BCA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민주당의 의회 선거 여론 개선, 지역별 경제지표 악화와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 등을 이유로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큰 폭으로 약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BCA의 정량모델 자체는 상원을 공화당 51석 대 민주당 49석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민주당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BCA는 판단했다.
경제와 재정 문제를 둘러싼 공화당의 기존 우위도 약해진 모습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 경제정책에 동의하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꼽은 응답자는 37%, 공화당은 36%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재정적자 대응 정책에서도 민주당 33%, 공화당 31%로 어느 쪽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결국 문제는 누가 집권하느냐보다 채권시장이 미국 정치권에 재정규율을 강제하기 시작했느냐에 있다는 것이 이번 논의의 핵심이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 정부의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재정적자를 확대한다. 동시에 높은 국채금리는 모기지를 비롯한 민간 차입비용까지 끌어올려 유권자들의 생활비 부담을 가중한다.
연준이 금리를 조절해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정부의 지출과 세입 간 불균형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증세나 지출 삭감 같은 재정정책의 선택은 정치권의 몫이다.
CNBC는 어느 시점에는 채권 가격이 충분히 싸져 투자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고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도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접근해 증시를 압박하다 다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가 그렇게 해소된다는 보장은 없다. CNBC는 채권시장 압박이 완화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서서히 타오르는 정치적 위기(slow-burn political crisis)"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자들이 지금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사회주의자들이 잡을 것이라고 CNBC는 경고했다. 즉 현재 집권세력(자본주의)이 재정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증세와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는 정치세력(사회주의)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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