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유럽 장기채 금리 수십년래 최고…'채권 자경단' 출현 촉각

美 30년물 2007년 이후 최고…日 10년물 30년래 최고
유가·재정적자 우려에 AI투자발 차입 수요 겹쳐…"美10년물 5% 접근 주시"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은 물론 일본, 독일, 프랑스까지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재정적자 우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기업 차입까지 겹치면서 각국의 과도한 재정정책을 국채 매도로 응징하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30%를 넘어 2007년 이후 최고로 올랐다. 물가연동국채(TIPS) 30년물 금리도 3.09%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채권 매도는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93%로 199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독일 국채 금리는 2011년, 프랑스 10년물은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로이터는 장기채가 미국부터 프랑스, 독일, 일본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기대가 약해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일본에서는 공격적인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커졌다.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재정 악화가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40조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정부의 이자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AI 투자 붐이라는 새로운 채권시장 변수가 가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면서 회사채 발행도 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내년 지출이 올해보다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 집행에 비해 현금흐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리면서 내년 자금조달 격차가 확대되고 회사채 발행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미국 정부와 빅테크가 같은 채권시장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월가의 야데니리서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향해 상승하면서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이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국채를 팔아 금리를 끌어올림으로써 정책 당국에 재정 규율을 압박하는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을 가리킨다. 야데니리서치 대표인 에드워드 야데니가 1980년대에 만든 표현이다.

야데니가 이끄는 전략가들은 18일 보고서에서 "우리가 패닉 버튼을 누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채권 자경단이 패닉 버튼을 누를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야데니리서치는 미국의 막대한 정부 차입과 함께 AI 하이퍼스케일러의 차입 증가,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을 미 국채 금리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아직 채권시장 위기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야데니리서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 4~5%를 경제와 기업 실적에 심각한 충격을 주지 않는 정상 범위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제 금리가 범위의 상단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채권 자경단의 움직임을 더욱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