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돌아간 서학개미, 또 AI·레버리지 베팅…외신 "제정신 아냐"
지난달 SK하이닉스 ADR 8억달러 순매수
CNBC "지리적 투자처만 바꾸고 전략은 유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완전히 미친 짓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살 수 있는 SK하이닉스를 놔두고 가격이 더 비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사들이는 현상을 두고 월가에서 나온 평가다.
코스피 조정을 피해 미국으로 향한 개인투자자들이 정작 투자 대상은 바꾸지 않은 채 인공지능(AI)·반도체와 레버리지 상품에 다시 베팅하고 있다고 CN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7월 미국 주식을 약 45억달러 순매수했다. 6월보다 크게 늘었고 지난 1월 기록한 약 50억달러에 근접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K하이닉스 ADR이라고 CNBC방송은 주목했다. 한국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7월 미국 주식 순매수액 가운데 약 8억4000만달러가 SK하이닉스 ADR에 몰렸다. 미국 상장 증권 가운데 순매수 2위였다.
한국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같은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는데도 미국 ADR을 사들였다. 최근 ADR 가격은 한국 주식보다 약 10%의 프리미엄까지 붙었고 변동성도 더 컸다고 CNBC는 전했다.
오언 라몬트 아카디안자산운용 수석부사장은 한국 투자자들의 SK하이닉스 ADR 매수를 두고 "정말 미친 일(absolutely crazy)"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ADR을 살 이유가 없다"며 이 같은 가격 괴리는 투기적 과열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닷컴버블 당시 대만과 인도 기업에서도 비슷한 가격 괴리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선호도 여전했다. 7월 순매수 상위 10개 미국 주식 가운데 4개가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미국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였다. 나스닥100 수익률의 3배와 2배를 각각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와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QLD)도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다.
결국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미국 증시로 이동했지만 투자 전략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필립 울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리서치 책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개미들이 무엇을 사고 있는지 뜯어보면 국내 시장에서 매도되고 있는 것과 같은 AI 하드웨어 테마에 대부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윤정인 피보나치자산운용 창업자도 국내 반도체주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들이 더 우량하거나 유동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미국 AI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AI 테마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전망을 표현하는 지리적 수단만 바꾸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행은 국내 증시 급락과 맞물렸다. 국내 증시는 가파른 상승 이후 7월 대규모 조정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집중했던 반도체주와 레버리지 상품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CNBC방송은 지적했다. 미국 시장은 기관과 전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 개인의 자금 규모는 전체 거래량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
다만 특정 종목이나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라몬트는 2024년 말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양자컴퓨팅 관련주로 몰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과 홍콩, 미국에서 레버리지 ETF가 확산하는 현상이 "변동성을 추가하고 시장 움직임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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