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0달러 돌파에 美국채 장기물 '휘청'…30년 금리 19년來 최고

美재정적자·AI 투자용 채권 발행에 장기물 매도…30년물 5.31% 돌파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회사채 발행 증가가 장기채 시장의 수급 부담을 키우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장기물 중심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약 6bp(1bp=0.01%포인트) 오른 5.31%까지 상승했다. 2007년 6월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도 약 3bp 상승한 4.72%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은 4.18% 수준이었다.

장기금리 상승에는 우선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미국 정부의 연간 재정적자가 2조달러에 육박하는 가운데 국채 공급이 계속 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실시된 30년물 국채 250억달러 규모 입찰 금리는 5.216%로 200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하루 앞선 10년물 입찰에서도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조달금리가 형성됐다.

AI 투자 붐도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새로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빅테크를 비롯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장기 자금을 놓고 미 국채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슐 프라단 바클레이스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장기물 약세를 되돌릴 만한 조건으로 재정 전망의 예상 밖 개선, AI 관련 채권 발행 둔화, 재무부의 국채 발행 전략 변화, 지속적인 경기지표 악화를 꼽았다.

프라단은 CNBC에 "주목할 점은 이런 압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개별적인 경기 둔화 지표를 압도할 만큼 강해졌다는 것"이라며 "이번 달 세 차례의 지표가 금리 하락을 가리켰지만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국채 금리를 낮출 만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7월 고용은 예상 밖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보합에 그쳤고 근원 물가도 예상보다 완만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의 단기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했지만 장기금리는 반대로 뛰었다. 그 결과 2년물과 30년물 금리 차이는 113bp까지 벌어져 지난 4월 이후 가장 확대됐다.

앤서니 사글림베네 아메리프라이즈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적어도 장기 국채에 대해서는 물가·통화정책·성장보다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점점 더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상승도 장기금리에 추가 압력을 가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60일의 협상 기간 연장 없이 만료되면서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6% 오른 배럴당 84.50달러, 브렌트유는 2.7% 상승한 90.87달러로 마감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캐나다 30년물 금리는 2010년 이후 최고로 올랐고 독일 장기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주요국 장기채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지속적으로 높은 물가와 정부 부채 증가 속에서 투자자들이 장기채 보유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 흐름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시장은 19일 공개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주시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지만 3명의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