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화 방어 '실탄' 1조달러…골드만 "두세 차례 더 개입 가능"

현금성 외환보유액만 2000억달러…美국채 매각 없이 달러 조달
"개입은 시간 벌기일 뿐"…미일 금리차 안 좁혀지면 엔저 지속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지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지난달과 같은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앞으로도 몇 차례 더 단행할 충분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기구까지 활용하면 약 1조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달러 외환보유액을 사실상 개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골드만은 아무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흐름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13일 CNBC 방송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리서치의 캐런 피시먼 전략가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일본이 보유한 약 1조달러 규모의 달러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2000억달러가 현금 또는 현금성 자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시먼은 이를 토대로 일본이 "방금 우리가 목격한 것과 같은 규모의 개입을 두어 차례 더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이미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은 일본이 지난달 개입 첫 이틀 동안 최대 85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뤄진 개입을 제외하면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틀간 외환시장 개입이었다.

FIMA 활용하면 美국채 팔 필요 없이 달러 확보

일본의 개입 여력을 더욱 키우는 것은 연준의 FIMA 레포 기구다. 해외 중앙은행 등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장치다.

일본 재무성은 엔화 매수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할 때 FIMA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일본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시장에 대량 매각하지 않고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피시먼은 이론적으로 FIMA를 이용하면 일본의 약 1조달러 외환보유액 전체를 유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액을 개입에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원한다면 계속 개입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장도 이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의 프라니트 샤 외환옵션 거래 책임자는 FIMA를 통해 사실상 1조달러 규모의 개입 여력이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주 고객들이 엔화에 상당히 강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옵션시장에서도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남아 있다. 단기 엔화 콜옵션 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달러·엔 환율이 다시 160엔에 접근하더라도 엔화 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미일 공동개입 당시 달러당 164엔 부근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한때 158엔보다 강한 수준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159엔대로 밀리면서 개입 이후 상승폭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13일 오후 1시 40분 기준 달러당 엔화는 159.45엔 수준으로 거래됐다.

"개입은 시간 벌기"…결국 관건은 미일 금리차

골드만은 결국 추가 개입 여부와 엔화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미일 금리차를 꼽았다.

현재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4.69%,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2.84%로 여전히 1.85%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률이 높은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 유인이 그만큼 남아 있다는 의미다.

피시먼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며 결국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지난 4~5월 단독 개입했을 때도 수개월 만에 엔화가 다시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시장은 현재 일본은행(BOJ)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65%로 반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약 0.4%포인트의 추가 긴축을 예상하고 있다.

피시먼은 BOJ가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엔화에 다시 하락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 역시 지난 5년간 엔화 가치를 약 45% 끌어내린 캐리트레이드 구도를 바꾸려면 BOJ가 시장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미국의 경기·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약해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미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엔화에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1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CPI 발표 이후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엔화 약세 압력도 다소 완화됐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