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주 투매 지속…마이크론·SK하닉 ADR 9% 가까이 급락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4.49%↓…中 CXMT 부상·AI 투자 회수 우려 겹쳐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기를 주도했던 반도체주에 대한 매도세가 뉴욕 증시에서도 이어졌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급부상과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나란히 9% 가까이 급락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보다 4.49% 떨어졌다. 전날 아시아 증시를 강타한 반도체주 투매가 유럽을 거쳐 미국 시장으로 확산한 것이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은 8.85% 급락한 820.5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ADR도 8.98% 떨어져 지난 10일 미국 증시 상장 당시 공모가인 149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 샌디스크는 14.73% 폭락했다. 샌디스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절반 넘게 떨어지며 메모리 업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AMD도 6.53% 하락했고 ASML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주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인텔과 마벨테크놀로지, 퀄컴 등도 동반 하락했다.
다만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장 초반 하락세를 딛고 반등하며 다른 반도체주보다 선방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오픈AI 관련 금융지원 우려로 4.99% 급락했었다.
이번 매도세는 한국 증시에서 시작됐다. 28일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는 14.65%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13% 넘게 떨어졌다. 일본 키옥시아와 대만 미디어텍, 유럽의 ASML까지 밀리면서 반도체주 매도세가 번졌다.
시장에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첫 번째 악재로 꼽았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27일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70% 넘게 폭등했다. CXMT의 성공적인 증시 데뷔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메모리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중국 국영기업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중국산 장비의 기술 수준은 네덜란드 ASML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이 서방의 수출통제를 우회해 반도체 자급 능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어떻게 조달되고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도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해 최대 250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또는 지급보증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른바 '순환금융' 논란이 불거졌다. 반도체 업체가 고객사의 칩 구매에 필요한 자금까지 지원하는 구조가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을 오히려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앞서 SK그룹과 5000억달러 이상의 전략적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자 투자자들은 매출 증가보다 자금 부담과 투자 회수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주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본지출 전망을 상향한 뒤 주가가 급락한 것도 시장 분위기를 바꾼 계기가 됐다. AI 관련 지출 확대가 더 이상 무조건적인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수익성과 재무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할 변수로 바뀐 것이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미국 반도체주는 6월 고점에서 이미 20% 이상 밀리며 약세장에 들어선 상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업체들이 대규모 증설 계획을 잇달아 내놓은 가운데 중국 업체까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향후 공급과잉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다만 현재 매도세가 실제 반도체 수요의 급격한 악화보다 높은 주가와 중국발 경쟁 우려에 따른 공포성 차익실현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CXMT는 아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번 주 발표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의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빅테크가 AI 투자 확대에 따른 구체적인 매출과 수익 개선 효과를 제시할 경우 반도체주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반대로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AI 사업의 수익화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AI 반도체주에 대한 매도세가 한층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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