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SK하이닉스 ADR 괴리율 최대 51%…AI 버블 경고음"
"같은 주식인데 미국이 최대 51% 더 비싸"…美 AI 투자 과열 신호 지적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뉴욕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가 한국 주가보다 최대 5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인공지능(AI) 투자 과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버블의 또 다른 경고 신호: 같은 주식을 다른 시장에서 더 비싸게 사는 투자자들'이라는 칼럼을 통해 SK하이닉스 ADR의 높은 가격 괴리를 AI 버블의 상징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이달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했다. ADR 1주는 한국 상장 보통주 10분의 1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사실상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상장 이후 ADR 가격은 환율을 감안한 한국 주가보다 16~51%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고, 지난 24일 기준 프리미엄도 약 29%에 달했다.
WSJ는 이런 가격 차이는 원칙적으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동일 기업이 두 시장에 상장되면 차익거래(아비트리지)를 통해 가격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 ADR은 한국 주식으로 전환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한국 주식을 ADR로 바꾸는 데 회사 승인 등 규제 장벽이 있어 완전한 차익거래가 어렵다. 이로 인해 미국 투자자들이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ADR을 매수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29% 더 비싼 가격을 내느니 차라리 한국 주식을 직접 사는 편이 낫다"고 평가했다.
ADR 프리미엄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 증권거래세, 미국의 낮은 거래비용, 달러 표시 거래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몇 % 수준의 프리미엄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제로 대만 TSMC ADR의 프리미엄은 2010~2020년 평균 3.2% 수준이었다.
하지만 AI 투자 열풍이 시작된 이후 미국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TSMC ADR 프리미엄도 평균 15% 수준으로 확대됐다. WSJ는 SK하이닉스의 최대 51% 프리미엄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미국 투자자들의 AI 반도체 매수 열기가 과열됐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WSJ는 높은 ADR 프리미엄이 반드시 주가 급락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주가가 미국 ADR 가격을 따라 오르면서 괴리가 해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미엄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미국 ADR 가격만 크게 하락하거나 회사가 높은 ADR 가격을 활용해 추가 물량을 발행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AI 반도체 주가가 동시에 조정을 받을 경우 ADR 프리미엄 축소까지 겹쳐 미국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시장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효율적"이라며 "결국 투자자들이 더 싼 한국 주식을 사거나 회사가 ADR을 추가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런 괴리는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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