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 "삼전닉스도 美서 더 만들라"…AI 메모리 공급망 확대 압박

마이크론 이어 韓 메모리 업체에도 미국 생산 확대 주문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도입엔 즉답 피해…"미국 기술 보호 우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에 배석해 있다. 2026.3.3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 마이크론 신공장 행사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도록 하고 싶다"며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고 경쟁사들도 이를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미국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사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를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려 나왔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생산능력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수년간 신규 생산시설 건설에 총 8800억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마이크론도 2035년까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러트닉 장관은 마이크론 행사에 참석해 "미국 기업과 미국에서 창출된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마이크론이 가능한 한 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9% 넘게 상승했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250%를 웃돌며 미국 반도체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러트닉 장관은 애플이 중국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를 공급망에 포함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승인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대신 그는 "미국 기업과 미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애플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중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확보하게 되고, 마이크론의 대규모 미국 투자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의 이번 발언은 AI 시대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투자도 확대해 AI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