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협회 "美정부 개입시 메모리 공급난 장기화 역효과"

마이크론 및 삼성·하이닉스 등 포함…트럼프 행정부에 서한
애플 中메모리 허용 대신 장기공급계약·세액공제 확대 촉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품 ‘HBM4E 웨이퍼’에 사인을 남겼다.(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6.6.2 ⓒ 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반도체업계가 인공지능(AI) 붐으로 심화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가격이나 생산에 개입하면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미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자제를 요청했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격이나 생산능력을 왜곡하는 정책은 오히려 메모리 공급난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SEMI 회원사에는 미국 마이크론과 한국의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세계 3대 메모리 업체가 모두 포함된다.

협회는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은 공급망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격이나 생산능력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수요 위축을 더 오래 지속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정부 개입보다 시장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은 최근 애플이 메모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중국 메모리 업체인 CXMT와 YMTC로부터 메모리를 조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가운데 나왔다.

SEMI는 중국 업체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애플이 제시한 해법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협회는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하는 한편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세제 지원을 연장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 세액공제나 세금 공제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을 의회와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메모리 부족 문제가 이제 산업계를 넘어 정치권의 이슈로 번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자동차와 스마트폰, PC 등 일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졌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지난 4월 메모리 부족이 코로나19 당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을 재연할 수 있다며 미국 기업에 메모리를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SEMI는 업계의 메모리 생산능력이 연평균 약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빨라 노트북과 자동차, 가전제품에 공급되는 메모리는 상당 기간 부족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신규 공장 건설과 증설에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에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