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AI는 금융불안보다 생산성 혁명"…연준 정책결정도 바꾼다

신트라 포럼 패널 토론…AI 금융위험 경고 속 성장 효과에 무게
"정부 후행 통계만으론 부족"…실시간 데이터 기반 연준 예고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30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6.30ⓒ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후 첫 국제무대에서 인공지능(AI)을 금융불안 요인보다 생산성과 성장의 구조적 변화로 평가했다.

워시가 첫 국제무대로 참석한 유럽중앙은행(ECB) 신트라 포럼에서는 AI가 금융시장 변동성과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지만, 워시는 AI가 미국 경제의 공급능력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워시의 AI경제학 "버블 아니라 생산성 혁명"

워시는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중앙은행 포럼 정책 패널에서 "AI 충격이 미국에서 막대한 설비투자(CAPEX) 붐을 만들고 있다"며 "지금은 수요 측면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공급 측면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투자 확대가 단순히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미국 경제의 공급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워시는 "기업들이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며 "공급 측면이 확대된다면 통화정책에도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책 패널에는 워시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패널에서는 AI의 생산성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물가와 고용,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AI가 변화의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새로운 측정 방식과 도구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생산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에 디스인플레이션 또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클럼 총재도 AI가 생산성 성장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크다고 인정했다. 다만 닷컴버블 사례를 언급하며 새로운 기술이 장기적으로 경제를 바꾸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앞서 나가고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일리 총재는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범용기술 혁신은 일자리 창출과 소멸, 대체 효과가 서로 다른 경로로 나타났다며 현재 영국 경제 전체 지표에서 AI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워시는 경제학의 '고정된 일자리 오류(lump of labor fallacy)'를 언급하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버 운전기사 150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AI 혁명의 초반에 있다"며 "일자리는 더 늘어나고 번영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의 프레스룸에서 기자들이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오후 세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2026.7.1ⓒ 로이터=뉴스1
"정부 통계만으론 부족"…AI 활용한 '실시간 연준' 예고

워시는 AI를 단순한 경제 변수에 그치지 않고 연준의 정책결정 방식 자체를 바꿀 기술로도 규정했다.

그는 패널 토론에서 "9~12개월 뒤에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경제를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정부기관의 통계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미 새로운 데이터 원천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만큼 연준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워시는 "많은 경제지표는 과거의 메아리일 뿐"이라며 "오늘 창밖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실시간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시대에 정부의 후행 통계와 설문조사 중심의 경기 판단에서 벗어나 AI와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는 정책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접근은 신트라 포럼에서 제기된 AI 금융안정 우려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영란은행은 AI 매매 알고리즘의 군집 행동을 막기 위한 'AI 킬 스위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고, 국제결제은행(BIS)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과열과 복잡한 금융 연결고리가 새로운 금융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워시는 AI 버블이나 데이터센터 과잉투자보다 생산성 향상과 성장 잠재력에 무게를 뒀다. 그는 "미국은 중기적으로 AI의 가장 큰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생산성 중심의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워시가 AI를 금융안정 리스크보다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적 변화로 보고, 이를 연준의 데이터 활용과 정책결정 체계 개편으로 연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미 국채금리는 워시의 AI 발언 이후 하락했다. 워시가 AI 투자가 미국 경제의 생산능력을 확대해 통화정책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자 투자자들이 장기 생산성 개선 가능성을 반영해 국채를 매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