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AI 폭주 막는다"…금융시장 '킬 스위치' 도입 검토
AI 매매봇 동시 거래로 시장 붕괴 위험…서킷브레이커·거래중단장치 연구
AI 성능 급속 진화에 규제 재검토…BIS "AI 투자 과열 금융위기" 경고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인공지능(AI) 기반 자동매매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해 AI '킬 스위치(Kill Switch)'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라 브리든 영란은행 부총재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중앙은행 포럼에서 "AI의 발전은 금융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AI 거래 시스템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대응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현재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와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AI가 동일한 방향으로 거래를 쏟아내는 '군집 행동(Herding)'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AI 트레이더들이 동시에 같은 매매 전략을 실행하면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브리든 부총재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결함이 있는 AI 모델이 시장 붕괴를 일으킬 경우 시장 전체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나 킬 스위치 같은 장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AI를 리서치나 업무 지원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분야에 주로 활용하고 있지만, 영란은행은 앞으로는 사람의 개입 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트레이딩 데스크에 본격 도입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브리든 부총재는 "AI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기존의 기술 중립적 규제 체계만으로 충분한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발전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성능은 2019년에는 약 7개월마다 두 배로 향상됐지만 2024년에는 약 4개월마다 두 배로 발전하는 수준까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은 알고리즘 거래의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주시해왔다. 2016년 발생한 영국 파운드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역시 여러 컴퓨터 알고리즘이 한산한 시간대에 동시에 거래를 실행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기술주 급락과 함께 주요 증시의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하면서 AI 기반 자동매매의 위험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코스피 역시 최근 높은 변동성 속에 수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AI 킬 스위치 논의는 금융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의회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정부가 즉시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AI 킬 스위치 도입 법안이 논의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AI 킬 스위치 도입 가능성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BIS도 최근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과열과 복잡한 자금조달 구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그림자금융 간 복잡한 금융 연결고리가 시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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