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리자 원유 넘쳐…亞정유사, 중동산 원유 美에 역수출
걸프 산유국 증산·中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캘리포니아·하와이까지 판매
美 원유 가격 경쟁력 잃어 亞수출 급감…WTI, 아부다비산보다 비싸져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이 빠르게 정상화되자 아시아 정유사들이 남는 물량을 미국 서부와 하와이 등으로 돌려 판매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임시 평화 합의 이후 공급이 급증한 반면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구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원유 시장이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임시 평화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면서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들이 생산을 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아시아 정유사들은 일부 중동산 원유를 미국과 하와이 등 서방 시장으로 되팔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시장 관계자들은 UAE산 원유가 최근 미국 서부 해안까지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국 서부가 UAE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지난해 말 이후 처음이다. 일부 물량은 하와이에도 제안됐으며 계약이 성사될 경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중동산 원유가 하와이로 향하게 된다.
국제유가는 전쟁 초기 공급 부족 우려로 치솟았지만 이제 공급 과잉 우려로 더 가파르게 떨어질 수 가능성을 시사한다.
해협의 상업 운항이 정상화되자 중동 산유국들은 가동을 멈췄던 유전을 재가동하며 생산을 늘리고 있다. 반면 아시아 정유사들은 전쟁 기간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등 대체 공급망을 확보한 상태여서 추가 공급 물량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수요 부진이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있다. 스파르타 커머디티스의 준 고 선임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아시아 정유사들은 이미 8월까지 충분한 원유를 확보한 상태이며 중국도 추가 수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동산 원유를 미국 등 서방 시장으로 판매하는 것이 경제성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구조도 이 같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중동에서는 최근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당수 유종이 두바이유 기준 가격보다 할인 거래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원유 재고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재고는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쿠싱은 미국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실물 인도 및 저장 거점이다.
또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 서부지역 재고도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기간에는 아시아 수요가 공급을 흡수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이 크게 줄었지만, 이제는 공급이 넘치면서 다시 서방 시장으로 물량이 이동하는 것이다. 반대로 전쟁 기간 아시아로 팔리던 미국산 원유는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GS칼텍스는 7월 선적분 거래에서 미국산 원유를 한 건도 구매하지 않았다. 운송비를 포함한 도착 기준 가격에서 미국 WTI가 아부다비산 머르반(Murban)보다 비싸졌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은 7월 선적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판매량이 하루 80만~90만배럴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6월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이며 약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케이플러는 집계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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