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금리인상도 안 먹힌다"…엔화, 40년 만의 최저치 '경고등'

달러당 환율 162엔 눈앞…1986년 이후 최약세 접근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에 달러 강세…日 외환개입 경계감 고조

일본 엔과 미국 달러 지폐ⓒ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엔화가 달러당 162엔선에 바짝 다가서며 약 40년 만의 최저치 경신 위기에 몰렸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아시아 시간 새벽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61.81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오전 10시1분 기준 달러당 엔화 환율은 161.03엔 수준으로 0.3% 내려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외환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해 고점인 161.96엔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을 넘어설 경우 엔화 가치는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당시 엔화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급격한 절상 국면에 들어가기 직전 수준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19일 준틴스(Juneteenth) 휴일로 뉴욕 금융시장이 쉬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동성이 얇아진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환율을 크게 움직일 수 있어 일본 당국이 개입에 나설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본은 지난해 4월 말과 5월 초 연휴 기간 외환시장에 개입해 총 11조7000억엔(약 725억달러)을 투입한 바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뉴욕 시장에서는 161엔선을 돌파하자 손절매 주문이 대거 출회되며 엔화 매도세가 가속화됐다. 환율 개입을 예상한 엔화 매수 주문도 일부 유입됐지만 곧바로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가 재개되며 환율은 다시 161엔대로 올라섰다.

이번 주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1%로 인상하며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엔화 약세 흐름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이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상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전날 회의에서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철회하고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에 따라 미·일 금리차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며 달러 매수·엔화 매도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역시 엔화 약세 압력을 키운다.

투기 세력의 엔화 약세 베팅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비상업 부문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지난 9일 기준 14만5818계약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 엔화 약세는 엔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달러 강세의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의 매파적 전환 이후 달러는 엔화뿐 아니라 유로화 등 주요 통화 전반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0선을 회복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달러·엔 환율이 162엔선을 돌파할 경우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 수위가 높아지고 실제 시장 개입 가능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