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美연준 개혁 시동…통화정책 전반 재검토할 TF 5개 신설

"첫 원칙부터 다시"…AI·대차대조표·커뮤니케이션 전면 재검토
본인은 점도표 미제출…FOMC 후 성명 분량도 절반으로 줄여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1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중앙은행의 핵심 정책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 5개를 신설한다. 향후 연준의 정책 결정과 시장 소통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AI 생산성·점도표·대차대조표·인플레 데이터 등 개혁 착수

워시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이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수행의 근간이 되는 다섯 가지 분야에 각각 태스크포스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첫 원칙(first principles)부터 다시 검토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현재 관행의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스크포스들은 앞으로 2~3주 안에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올가을부터 1차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대부분은 연말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각 독립 태스크포스에는 경제학계 안팎의 최고 인재들을 참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 태스크포스는 △인플레이션 접근 방식 △커뮤니케이션 전략 △경제 데이터 활용 △생산성 △고용시장을 각각 담당한다. 이와 함께 워시 의장이 연준 내 핵심 쟁점으로 꾸준히 문제 제기해온 대차대조표 문제도 별도 태스크포스가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생산성·고용 TF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범용 기술의 경제적 영향을 집중 연구한다. 워시 의장은 "AI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의 확산 속도와 경제적 영향, 그리고 연준의 물가 안정·고용 목표에 미치는 함의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전부터 'AI 생산성 혁명'과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강조해온 워시 의장이 이를 연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대차대조표가 시장 신호 왜곡"… 하지만 당장 변화는 없어

하지만 이번 조치로 연준의 방대한 채권 보유 자산(대차대조표) 변경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낸 워시 의장은 연준의 채권 보유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고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금융 위기와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매입한 채권들이 시장 신호를 왜곡하고, 선출직 공무원이 결정해야 할 사안까지 연준이 관여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반면 다수의 현직 연준 인사들과 경제학자들은 현행 시스템이 단기금리 조절에 효과적이며 시장 왜곡 우려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워시 의장은 이날 대차대조표를 둘러싼 현상 유지에 일정한 여유를 부여했다. FOMC 성명은 "위원회는 은행 시스템 내 충분한 준비금 유지 정책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주 단기 국채 매입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로 인해 연준 보유 자산은 당분간 늘어나게 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향후 매입 지속 여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채권 보유 규모는 유동성 제약으로 인해 무한정 줄일 수도 없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나치게 축소되면 단기 자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유동성 규제 완화를 통해 일정 수준의 자산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대차대조표의 큰 폭 변화는 시스템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점도표 미완에 성명 분량은 반토막…'워시 스타일' 즉각 구현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금리 동결 결정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상당한 변화는 즉각 감지됐다. 성명문은 지난 4월의 341단어에서 이번 6월 130단어로 줄어 길이가 절반에도 못 미쳤고 금리 전망을 점으로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워시 의장은 점을 찍어 넣지 않았다.

당장 점도표를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의장 전망치가 없어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기능이 수행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TS 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전무이사는 "이는 단순히 포워드 가이던스가 사라졌다는 신호일 뿐 아니라, 시장이 워시의 '개혁 어젠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메시지"라며 "연말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점도표 폐기는 쉬운 일이지만, 대차대조표 축소나 완전히 새로운 모델·데이터 소스로의 전환은 훨씬 어려운 과제"라며 "개혁의 큰 질문들은 모두 연말로 미뤄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정례화 여부에 대해서 워시 의장은 확답을 피했지만 시간 혹은 횟수가 축소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기자회견은 가계와 기업과 소통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자회견을 열 때는 꼭 전할 중요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