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쇼크에 미국 AI 반도체주 급락…월가 "랠리 숨고르기"
브로드컴 12% 폭락·마이크론 7%↓
"AI 투자 끝난 것 아냐…높아진 기대치 조정"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을 이끌어온 미국 반도체주들이 4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이다.
브로드컴 주가는 이날 12% 폭락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서 매출과 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AI 반도체 매출 전망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실망감을 안겼다.
브로드컴은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이 1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172억달러에는 못 미쳤다.
여파는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확산했다. 마이크론은 7% 이상 하락했고, Arm 홀딩스는 4% 넘게 떨어졌다. AMD는 3%, 퀄컴은 2%, 인텔도 1%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마벨테크놀로지는 장 초반 약세를 딛고 반등해 5%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이번 조정은 최근 AI 반도체주들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뱅크캐피털마켓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존 빈은 CNBC 인터뷰에서 "반도체 종목들은 그동안 매우 강한 상승세를 보여왔다"며 "특히 AI 관련 실적 전망이 반복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기대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브로드컴 주가 급락은 시장 기대치가 이제 반도체 업종의 상승 속도를 따라잡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브로드컴의 핵심 고객인 구글이 일부 AI 칩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존 빈은 "브로드컴이 최대 고객인 구글 내에서 일정 부분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며 "단기 조정은 합리적이지만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최근 AI 투자 붐이 정점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HSBC의 맥스 케트너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가격 하락과 AI 투자 및 구축 속도 둔화는 현재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본격적인 AI 사이클 종료보다는 과열된 상승세 이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루이스트 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키스 러너는 CNBC에 "우리는 매우 먼 길을 올라왔다"며 "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세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장은 보통 두 걸음 전진한 뒤 한 걸음 후퇴한다"며 "최근에는 세 걸음 이상 전진했기 때문에 잠시 숨을 고르거나 횡보하는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견조한 상태다. 이날 엔비디아는 1.8% 올랐다.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가 실제 기업 실적으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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