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사 "스테이블코인 확산되면 美 통화정책 영향력 더 커질 것"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사실상 고정환율제와 유사"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행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한 국가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이들 국가는 미국의 통화정책 비용을 수입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이다. 발행사는 일반적으로 발행한 토큰과 동일한 가치의 달러나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구조를 취한다.
월러는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 체계와 감독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는 강한 회의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CBDC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CBDC는 문제를 찾고 있는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주요 중앙은행 대부분이 사실상 CBDC 추진을 중단했다"며 "그 누구도 CBDC가 왜 필요한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러는 "현재 CBDC를 적극 추진하는 곳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정도"라며 "중국에서도 실제 이용자들은 디지털 위안화보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더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을 진행한 보리스 부이치치 ECB 부총재 내정자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부이치치는 "유로존 21개국 중앙은행이 CBDC 도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월러의 발언을 정정했다.
ECB는 이르면 내년부터 디지털 유로 시범사업에 착수한 뒤 2029년 정식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미국 결제망 의존도를 줄이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성과 통화정책 전달 경로를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월러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는 반면, 유럽은 디지털 유로를 통해 이에 대응하려는 입장 차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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