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플레 진정 확인해야 금리인하"…추가 긴축 가능성도 시사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연설…"현재 금리 적절히 긴축적"
워시發 점도표 개편론 지지…"숫자보다 정책 서사 중요"

2026년 4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농촌 투자 확대를 통한 미국 경제' 포럼에서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속적 진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함께 시장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연준 내부의 매파적 분위기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하의 조건…"지속적 물가 진정 필요"

올해 금리 투표권이 있는 폴슨 총재는 19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은 주최 콘퍼런스 연설에서 "현재 통화정책은 다소 긴축적(mildly restrictive)"이라며 "그 긴축성이 노동시장이 안정된 가운데 물가 압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동결로 경제와 물가·고용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평가할 시간이 생긴다"며 "노동시장이 균형 상태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속적 진전이 확인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중동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을 "전형적인 공급 충격(classic supply shocks)"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현재 경제 상황이 팬데믹 당시처럼 과열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폴슨 총재는 연설 직후 뉴욕타임스(NYT)의 콜비 스미스 기자와 가진 질의응답에서도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제외하면 경제가 과열되는 느낌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여전히 노동자를 구할 수 있고 팬데믹 이후 나타났던 공격적 임금 경쟁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이 금리 동결 장기화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점도 긍정 평가했다. 폴슨 총재는 "시장 참가자들이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될 가능성뿐 아니라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는 시나리오까지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건강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연말까지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41.7%,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15.7%로 반영하고 있다. 페드워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연준의 금리 경로를 확률 형태로 계산한 지표다.

워시 체제 소통법…"숫자 자체보다 서사 중요"

질의 응답에서는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에서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 가능성도 거론됐다.

폴슨 총재는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dot plot) 체계에 대해 "19명의 위원이 각기 다른 전망을 제시하다 보니 때로는 혼선(noisy)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 자체보다 정책 판단 배경과 시나리오를 설명하는 서사(narrative)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워시 체제에서 SEP 자체는 유지되겠지만 점도표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대신 정성적(qualitative) 가이던스와 시나리오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정책 판단 배경과 반응함수(reaction function)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이 부상할 수 있다.

현재 점도표 중심의 숫자 신호보다 어떤 경제 조건에서 정책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점도표는 시장에 "올해 몇 차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식의 숫자 신호로 읽히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ECB는 금리 경로 자체보다 인플레이션 흐름과 임금 압력, 금융여건 변화 등 정책 판단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상대적으로 더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에 가깝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점도표 비중 축소와 조건부 커뮤니케이션 강화가 오히려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CB식 접근은 중앙은행의 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시장 입장에서는 금리 경로를 예측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 시장이 받아들이기 시작"

폴슨 총재는 최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과 관련해서는 "장기금리 상승의 상당 부분은 인플레이션 기대보다 실질금리(real rates) 상승에 따른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물가 급등보다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질의응답에서 그는 "만약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실업률이 다시 낮아지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흔들린다면 통화정책이 생각보다 덜 긴축적일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필요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폴슨 총재는 다만 공급 충격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물가 압력 역시 비교적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중동 분쟁이 조기에 해결되고 해운과 원유 생산이 정상화된다면 인플레이션과 관련 리스크도 비교적 빠르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갈등이 장기화되면 물가뿐 아니라 노동시장 위험도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그는 AI가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early days)" 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AI에 대해 이야기하면 극단적으로 낙관적인 사람과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사람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며 "아직은 시나리오 단계이며 데이터에 실제로 나타나는지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