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알박기' 美연준 매파적 동결…"내년 중반까지 인하 없을 수도"

파월 "정책기조 중심, 더 중립적으로 이동"…인하 사이클 마무리 시사
인플레 압력 속 파월 "당분간 이사직은 유지"…트럼프파 연준 과반 불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2026.4.29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매파적 색채가 짙은 금리 동결을 단행했고 시장은 연내는 물론 내년 중반까지도 금리 인하가 없을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즉각적인 금리 인하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현 의장이 5월 15일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당분간" 이사로 잔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트럼프가 측근 이사를 추가 임명할 기회마저 막혔다.

매파적 동결…"내년 봄 오히려 인상할 위험까지"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 범위로 3회 연속 동결했다. 4명의 정책위원이 반대 의견을 냈는데, 1992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

반대 의견의 성격은 매파적 색채가 짙었다. 트럼프 충성파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금리 0.25%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지만 나머지 3명은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베스 해맥 총재,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닐 카시카리 총재,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 등 3명은 정책 성명서의 완화적 기조 표현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과의 전쟁이 세계 유가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하 시그널 자체를 빼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정책 기조의 중심이 더 중립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정책 지침에서 금리 인하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도 동등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선물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배제했고, 일부 투자자는 내년 봄까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약 50%로 베팅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위즈덤트리의 케빈 플라나건 투자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워시가 취임하면 즉각적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매파적 반대파 3명이 입장을 바꾸려면 향후 6주 이상의 경제 지표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30일 발표될 데이터에서 연준이 2% 목표치 산정에 사용하는 인플레이션 지수는 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파월 의장은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파월 잔류, 트럼프의 이사회 다수 장악도 차단

파월 의장의 잔류 결정 역시 인하 사이클 종료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회견에서 원래 "은퇴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법적 조치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법적 조사가 "완전히, 진정으로 끝날 때까지(well and truly over)" 이사로 남겠다는 입장이다.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지만, 그때까지 채울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보통 의장 임기가 끝나면 이사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관례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다. 의장직을 끝내고도 이사로 남기로 한 것은 1948년 마리너 에클스 전 의장 이후 처음이다. 파월의 전임자들이었던 재닛 옐런·벤 버냉키·폴 볼커 모두 의장 임기 마지막 날에 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파월의 잔류는 트럼프가 측근을 새 이사로 임명할 기회를 당분간 차단하는 의미도 있다.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지명자가 인준되면 그는 마이런 이사의 자리를 채우게 되며, 친트럼프 인사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우먼, 워시 등 3명으로 유지된다. 파월이 이사직도 함께 내려놨다면 트럼프가 4대 3으로 이사회 다수를 장악할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를 지냈던 패트릭 하커는 블룸버그에 "파월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발표한 만큼,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며 "FOMC는 분명히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