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리스크 속 아시아 산업군 부상…"전쟁발 구조 변화 가속화"

로이터 칼럼 "공급망 다변화·방산·클린에너지 투자 확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에파미논다스'호를 나포하고 있다. 2026.4.2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 분쟁으로 아시아 경제의 에너지 취약성을 드러났지만 역설적으로 아시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구조 재편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엠머캐피털의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설립자는 27일 로이터 칼럼을 통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아시아의 방산, 사이버보안, 에너지 전환 등 핵심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주요국은 중동산 석유와 가스 의존도가 높아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은 아시아 시장의 에너지 가격 급등을 유발했다.

하지만 라이차우두리는 이번 위기가 아시아 경제에 장기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국방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국방비 증액 흐름과 맞물려 아시아의 자급률 제고 노력이 탄력을 받고 있다. 반도체와 제조 공급망을 갖춘 아시아 방산 업체들은 유럽 등 서구 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군용 드론 시장의 급성장이 아시아 제조사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

라이차우두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079550), 현대로템(064350) 등 한국의 방산 기업들을 언급하며 강력한 실적 성장 전망과 방대한 수주 잔고 덕분에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방어체계와 하드웨어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사이버 공격을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아시아의 디지털 전환과 보안 투자가 전략적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라이차우두리는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끝이 없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에너지 전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 속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중국과 한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라이차우두리는 언급했다. SNE 리서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설치량의 70% 이상을 중국 제조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약 15%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또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차세대 에너지 안보 전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중국의 상하이전기와 동방전기, 인도의 라르센 앤 투브로,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모두 수혜를 볼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공급망 다변화 역시 필수 과제로 급부상했다. 인도를 유럽과 연결하는 경제회랑 논의가 재개되는 등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가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리스크는 여전하다.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에 따른 원자재 공급난과 서방의 생산기지 재이전(리쇼어링) 움직임,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본비용 상승은 아시아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할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라이차우두리는 "중동 분쟁은 언젠가 종식되겠지만, 전쟁이 촉발한 세계 산업 정책의 변화는 앞으로도 장기간 아시아의 경제 지형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