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사상최고 찍는 뉴욕증시…"시장이 뭔가 오해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회복에 수년 걸릴 수도…현실 자각시 큰 조정 가능"
"전쟁 당장 끝나도 美 고물가 후유증 불가피…시장, 2차 충격 경시"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뉴욕 증시가 중동발 긴장 완화 소식에 다시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잠정적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가능성이 보도되면서 시장은 급박했던 에너지 위기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안도 랠리를 펼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한 이코노미스트들과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을 종합해보면 금융 시장이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을 위험이 있어 보인다. 전쟁의 여파가 이제 막 실물 경제의 깊숙한 곳을 타격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재 시장 거래 알고리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하나나 외교적 수사에 즉각 반응하며 유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유조선 운항의 물리적 한계와 파괴된 인프라의 복구 시간을 무시한 낙관론일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베이커 보츠의 게리 모튼 공동대표는 WP에 "자전거가 유조선보다 빠르다"는 비유를 들며, 손상된 시설을 복구하고 물류가 정상화되는 데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0년 쿠웨이트 침공 당시에도 물리적 전쟁이 끝난 뒤 생산 회복까지 수년이 소요됐다.
이란은 해협 개방을 언급하면서도 엄격한 통제 하에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해협 곳곳에 매설된 기뢰와 군사적 봉쇄가 여전한 상황에서 선물 시장의 가격 하락이 실물 원유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증시는 사상 최고로 올랐지만 공급망 마비라는 경제 현실을 마주하면 더 큰 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
투자 회사 파인트리 매크로의 설립자 리테시 제인은 WP에 "공급망이 마비되고 있다는 사실과 결국 조정 국면이 올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지만 모두가 현재를 즐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팔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FT 역시 전쟁이 당장 멈추더라도 고물가라는 후유증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전이되는 2차 효과(Second-round effects)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5%에서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8%에서 4.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IMF 총재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반전되고 있으며, 전쟁이 내일 끝나도 여파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등한 디젤 가격은 농업 비용(비료값 30% 상승)과 화물 운송비를 끌어올렸고 하반기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펩시코와 식료품 체인 경영진들은 이미 "인플레이션의 파도가 닥쳐오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번 인플레이션 충격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고 FT는 분석했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와 식비로 지출하는 저소득층은 이미 브랜드 제품 대신 저가 제품을 찾거나, 은퇴 후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등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치명적인 정치적 위협이다. 백악관은 규제 완화와 생산량 증대를 독려하며 불을 끄려 하지만, 미시간대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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