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 金보유액, 달러 추월…전쟁·제재에 달러 패권 흔들

"각국 중앙은행 보유 金 5조달러 돌파…이자 제외 실질 달러 처음 앞서"
제재 회피·자본 흐름 변화로 탈달러화 가속

미국 1달러 지폐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글로벌 금융 질서의 균열을 드러내면서 달러 중심 체제가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자산 구성과 결제 시스템 변화에서 '탈(脫)달러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0일 블룸버그의 사이먼 화이트 매크로 전략가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 가치가 평가 조정된 달러 자산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자 수익 등 평가 효과를 제외한 기준에서 달러의 실질 수요가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화이트 전략가는 설명했다.

이자 수익을 제외한 달러 보유 규모는 약 4조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반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실물 금 보유량(약 3만6520톤)은 최근 금값 급등세가 반영되며 이달 현재 약 5조5000억~5조6000억 달러 규모에 달해 실질 달러 가치를 명확히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달러의 무기화가 있다. 러시아 자산 동결과 이란 제재 등 금융 제재가 반복되면서 달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각국이 대체 경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이번 전쟁을 계기로 달러 결제망의 위협 효과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제재를 받아온 국가들은 이미 위안화 거래나 비공식 금융망, 암호화폐 등을 활용해 제재를 우회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제재 속에서도 원유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자본 순환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원유 수출국이 달러를 벌어 미국 자산에 재투자하는 구조가 유지됐지만, 중동 국가들의 경제 다각화와 투자 확대 등으로 이 같은 '달러 재순환'이 약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패권이 단기간에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금과 위안화, 암호화폐 등 대안이 분산적으로 부상하며 달러의 절대적 지위는 점진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