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AI에 중동發 유가 충격, 금리경로 안갯속…워시 와도 가시밭
美연준 2연속 금리동결…AI로 디플레? 파월 "지금은 오히려 인플레"
트럼프 관세 영향도 여전히 주시…연준 내 인하 목소리 작아져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가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다. 연준은 1월에 이어 기준 금리를 2연속 동결하고 경제전망도 기존에서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세부터 중동 전쟁과 인공지능(AI)까지 복합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이 겹치면서 시장이 기대해온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흔들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생성형 AI가 물가를 낮출지 여부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AI가 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공급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도 "공급과 수요 중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증가할지는 경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로서는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연준은 금리 동결과 함께 업데이트한 경제전망(SEP)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기존 2.4%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근원 물가 역시 2.7%로 올렸다.
성장률은 2.4%로 소폭 높였으며 실업률 전망은 4.4%로 유지했다. AI가 장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해 장기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2.0%로 올렸다.
AI가 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현재로서는 인프라 투자 확대와 관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연준의 금리 경로는 당분간 안갯속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외에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가 경제 전반에 스며드는 데 얼마나 걸릴지 겸손하게 봐야 한다"며 물가 충격의 지속성을 경고했다.
여기에 중동 전쟁 격화로 인한 에너지 공급 충격까지 겹치고 있다. 이란이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보복 대상으로 지목한 이후 실제 행동에 나서자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황에 대해 "분쟁이 새로운 단계로 격화됐다"고 평가했다.
단순한 수송 차질을 넘어 생산 설비 자체가 훼손될 경우 공급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AI 투자 확대, 관세, 유가 상승이 맞물린 인플레 3중 압력이 형성되면서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관세 충격과 팬데믹을 겪은 데 이어, 이제는 규모와 지속 기간 모두 상당한 에너지 충격까지 닥쳤다"며 "이런 상황이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인해 연준의 정책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며 금리 경로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진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으며, 물가 둔화가 확인돼야만 통화 완화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다음 행보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는 점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파월 의장은 "오늘 회의에서도, 지난 회의에서도 다음 행보가 인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됐다"고 밝혔다. 다만 "대다수 위원들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은 이에 반응해 첫 금리 인하 시점을 2027년 중반으로 미루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악조건은 금리 인하를 선호해온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워시는 AI에 따른 생산성 개선이 물가를 억제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여지를 강조해왔는데, 이날 파월의 진단은 이와는 다를 뿐 아니라 유가라는 새로운 압력이 추가되며 정책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워시가 상원 인준을 예정대로 마칠 경우 5월 취임하게 된다.
연준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회의에서는 과거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일부 위원들까지 동결 쪽으로 입장을 바꾸며, 금리 인하에 대한 문턱이 높아졌다. 1월 FOMC 회의 때는 2명이 '인하'로 반대편에 섰으나, 이번 회의에선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븐 마이런 이사 홀로 '0.25%P 인하'를 주장했다.
연준 구조상 의장은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중 한 표에 불과한 만큼, 워시가 취임하더라도 금리 인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광범위한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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