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EC, 가상자산 '증권 기준' 첫 마련…"투자성 띠면 규제 대상"

코인 5가지 유형 분류…"모든 가상자산이 증권은 아니다"
스타트업 규제 유예 '세이프하버' 검토…자금조달 길 열리나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 이미지.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의 증권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 핵심은 "모든 코인이 증권은 아니지만, 투자 성격을 띠는 순간 증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EC는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 △디지털 수집품 △디지털 도구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증권 등 5가지로 분류하는 해석 지침을 발표했다. 5가지 가상자산 가운데 연방 증권법 적용 대상은 '디지털 증권'으로 한정된다고 명시했다.

디지털 상품은 금이나 원자재처럼 가치 저장 및 거래 수단으로 기능하는 자산을 의미하며, 디지털 수집품은 NFT처럼 희소성과 소유권에 초점을 둔 자산을 가리킨다.

디지털 도구는 특정 서비스 이용을 위해 사용되는 토큰을 뜻하고,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된 코인을 의미한다.

반면 디지털 증권은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발행·판매되는 자산으로, 기존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번 지침은 그동안 "대부분의 코인이 증권"이라는 규제 당국과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업계 간 충돌을 일정 부분 정리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SEC는 단서를 분명히 달았다. 초기에는 증권이 아닌 가상자산이라도 발행자가 수익 기대를 강조하거나 공동 사업 투자 성격을 부여할 경우 '투자계약'으로 간주돼 증권 규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즉, 자산의 성격뿐 아니라 판매 방식과 마케팅이 규제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SEC는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연한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문제를 진단하는 단계를 넘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라며 '세이프하버(safe harbor)'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이 제도는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유예해 스타트업이 토큰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SEC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시험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제를 면제하는 '이노베이션 면제'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규제 강화가 아닌 규제 명확화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불확실성으로 위축됐던 가상자산 투자와 프로젝트 자금조달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지침은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 향후 미국 가상자산 규제 체계의 기준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