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변한 AI…뉴욕증시 SW·금융 이어 물류·부동산 연쇄하락

나스닥 2% 급락…월가 "닷컴 초기 데자뷔"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발전을 둘러싼 불안이 기술주를 넘어 소프트웨어·금융을 거쳐 물류·부동산 업종으로 연쇄 확산되며 월가 전반에 위험회피 분위기가 짙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를 'AI 공포 거래(AI scare trade)'라고 표현했고, 로이터는 AI 기대가 "모든 배를 띄우던 동력에서 시장을 흔드는 요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13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2% 하락했다. 금과 은, 가상자산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리스크오프(위험회피) 장세가 펼쳐졌다. 월가에서는 "AI라는 단어만으로도 섹터가 무너지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알고리듬' 발표에 물류주 급락…중개 모델 위협 우려

특히 이날은 물류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과거 가라오케 기기 업체였던 알고리듬 홀딩스(Algorhythm Holdings Inc.)는 2024년 사명을 바꾸고 AI 물류 기업으로 전환했다. '알고리즘(algorithm)'처럼 들리도록 기업명을 바꾼 셈이다. 닷컴 버블 당시 기업명에 닷컴을 붙이며 IT 기업처럼 보이게 했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이 회사는 자사 플랫폼이 화물 물동량을 300~400% 늘릴 수 있다고 발표했고, 이러한 발표는 기존 운송 중개 모델이 구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공포로 번졌다.

이에 물류 중개업체 CH 로빈슨 월드와이드는 15% 급락했고 장중 한때 24%까지 추락했다. 운송 중개회사 랜드스타 시스템도 16% 하락했다. 유럽의 물류회사 DSV와 퀴네앤드나겔 역시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벤치마크의 트럭킹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쿤은 블룸버그에 "AI가 트럭 브로커를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수요 감소 공포…"카테고리5 편집증"

부동산 업종도 약세였다. CBRE는 이틀간 20% 하락했고 존스랑라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제프리스의 조 디크스타인은 "시장이 AI로 인한 대규모 사무직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분위기였다. 레인워터에쿼티의 조지프 샤포시닉은 블룸버그에 "편집증 수준이 '카테고리5'(허리케인 최고 등급)에 가깝다"며 "오랜 기간 보지 못한 정도의 과민 반응"이라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세케라는 "지금은 '먼저 팔고 나중에 질문하는(sell first, ask questions later)'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날 "AI가 모든 배를 띄우던 힘에서 이제는 배를 가라앉히는 존재로 바뀌고 있다"고 표현했다. AI 열풍이 광범위한 주가 상승을 이끌던 국면에서, 산업별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지뢰밭'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닷컴버블 초기 데자뷔"…과도한 반응 지적도

최근 생성형 AI 기술을 공개한 앤트로픽 등의 영향으로 소프트웨어·사모신용·보험에 이어 물류와 부동산까지 매도세가 확산되면서, AI 열광이 공포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야데니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시장이 AI 열광에서 AI 공포로 전환됐다"며 "인터넷 도입 초기와 유사한 데자뷔를 느낀다"고 밝혔다.

다만 과도한 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클레이스의 브랜던 오글렌스키는 블룸버그에 "이번 주가 반응은 위험 대비 불균형"이라며 "트럭 등 고정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운송 기업들은 약세 국면에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셔널와이드의 마크 해킷 최고시장전략가는 "AI의 장기적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이런 뉴스에 대한 주가 반응은 감정적이고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