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경제위원장 "고용성장 둔화…이민 감소·생산성 개선 영향"

1월 고용보고서 발표 앞두고 고용 성장 기대치 하향 조정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2025.11.13.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백악관이 향후 발표될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며 시장의 기대치를 선제적으로 낮추고 나섰다.

고용 악화는 단순한 경기 약화가 아니라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이민 단속에 따른 노동력 공급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해싯 "채용 줄었지만 생산성 향상에 더 많이 만든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달간 신규 고용 숫자가 과거 평균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싯 위원장은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 미국의 월평균 신규 고용이 18만 3000명이었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후반기(2023~2024년)의 강력한 고용 호황기와 비교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신규고용은 2023년 연간 월평균 약 25만 1000건, 2024년 상반기(1~3월) 약 26만 7000건으로 매우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 2024년 전체 평균 역시 약 16만~17만 건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지난해 11~12월) 고용 수치는 평균 5만 3000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과거 호황기 대비 4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이다.

과거 고용 성장은 느슨한 이민 정책으로 인한 노동 공급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이민 단속을 벌이며 이제 경제학자들은 노동 시장의 둔화가 경제 약화 때문인지, 아니면 일자리를 채울 노동자가 부족하기 때문인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싯 위원장은 이러한 고용 둔화에 대해 불법 이민자 유출에 따른 노동 인구 감소(공급 제약)뿐 아니라 AI 도입에 따른 폭발적 생산성 향상(효율 개선)도 있다고 강조했다. 즉, 노동자 한 명이 생산하는 양이 늘었기 때문에 고용 숫자가 적어도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보다 낮은 고용 수치가 나오더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되었던 1월 고용 보고서를 오는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신규 고용이 지난해 12월 5만 건에서 올해 1월 5만 건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4.4%로 지난 12월과 동일한 것으로 전망됐다.

연준, 수요 부족 vs 공급 제약 고심…금리 경로의 핵심 변수

해싯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주 전 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했던 언급과 유사하다. 당시 파월 의장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드는 "매우 도전적이고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고용 성장은 통상적 수준보다 낮지만 실업률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현재 "노동 시장을 읽기 어려운 시기"라며 고용 둔화의 원인이 공급과 수요 중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큰지에 따라 연준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헀다.

만약 잠재적 노동자들이 추방되어 공급이 제약된 것이라면 채용 병목 현상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전조가 되어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할 이유가 된다. 반면, 수요 약화로 인해 고용 성장이 사라지는 것이라면 연준이 경제 성장과 고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할 근거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주도하는 현재 연준이 경제를 자극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는다며 비난해 왔다. 오는 5월 물러나는 파월 후임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차기 연준의장 지명자 역시 해싯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높은 생산성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과 대다수 연준 위원들은 최근의 강력한 생산성 향상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AI 생산성 가설에 근거해 통화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에는 주저하고 있다.

TS 롬바르드의 다리오 퍼킨스 글로벌 매크로 담당 이사는 로이터에 "수요와 공급의 문제는 통화 정책에 중요하다. 만약 수요 문제라면 연준이 개입해야 하지만, 공급 문제라면 인플레이션이 더 끈질기게 유지될 것이므로 연준은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이미 많은 수요 부양책이 예고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공급이 훼손된 상태에서의 부양책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