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 부행장 "디지털 위안화 2.0 시대…예금통화로 격상"

기관지 금융시보 기고문…"신년 1월 1일 시행"
현금 대체재 넘어 통화공급량 핵심지표 역할

중국 위안화 지폐. 2017. 5. 3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국가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 '예금 통화'로 격상했다. 디지털 화폐를 국가 통화 시스템의 통제권 하에 통합시켜 글로벌 달러 패권에 맞설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의 루레이 부행장은 기관지 '금융시보'에 29일 기고문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 2.0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위안화가 기존의 소액 결제 중심인 '디지털 현금(1.0)' 단계를 지나, 상업은행의 부채 속성을 지닌 '디지털 예금 통화(2.0)'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루 부행장은 차세대 디지털 위안화 관리 체계인 '행동방안'을 공개하고, 2026년 1월 1일부터 전격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래의 디지털 위안화가 계좌 기반의 신뢰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가치 저장과 대규모 자금 결제, 국경 간 송금 기능까지 갖춘 현대적 통화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 부행장은 상업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잔액을 '지급준비금 제도' 내에서 관리하고, 알리페이를 포함한 비은행 기관에 100% 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해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통화 통제권을 확립한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위안화 잔액은 유동성에 따라 협의통화(M1)나 광의통화(M2) 등 각 통화 지표에 산입해 통화 정책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이는 디지털 위안화가 단순한 현금 대체재를 넘어 실질적인 통화 공급량 관리의 핵심 지표로 작동하게 됨을 의미한다.

중국 내 주요 매체들은 이번 조치를 국가 금융 주권 강화의 결정적 계기로 평가한다. 금융시보와 경제일보는 "인민은행이 실시간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맞춤형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통화 정책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민간 플랫폼에 쏠렸던 결제 주도권이 국가 인프라로 완전히 회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이신 등 경제 전문지들은 "계좌 기반의 예금 통화 모델이 국제 무역 결제에 최적화되어 있어, 기존 SWIFT망을 우회하는 독자적 결제망 구축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