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고든 '중국산 오픈소스 AI'…지정학 갈등에도 가성비 매력
점유율 작년 말 1.2%→올해 말 30% '수직 상승'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중국과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많은 미국 기업과 개발자가 실리적인 이유로 중국산 AI 기술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긴장감 속에서도 중국의 오픈 소스 모델들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AFP통신이 인용한 개발자 플랫폼 오픈라우터와 미국 벤처 캐피털 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개발한 오픈 모델 사용률은 2024년 말 1.2%에 불과했으나 2025년 8월에는 거의 30%로 급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기업가는 AFP 통신에 "(중국) 알리바바의 큐웬 AI 모델을 독점 모델로 사용해 연간 40만 달러를 절감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AI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개방성에 있었다.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AI의 챗GPT처럼 내부 구조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폐쇄형 모델과 달리, 알리바바의 큐웬이나 딥시크 같은 중국 모델들은 개발자가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직접 수정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을 채택했다. 이러한 개방성은 특정 용도에 맞춰 AI를 조정하려는 미국 프로그래머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
최첨단 기능이 필요한 특수 분야가 아니라면 저렴하거나 무료로 제공되는 중국산 모델만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AFP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거대 기업 엔비디아, AI 기업 퍼플렉시티,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교도 일부 작업에 큐웬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출시된 딥시크의 고성능 모델인 R1은 미국 AI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최고의 AI 기술은 반드시 미국의 거대 IT 기업에서만 나온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딥시크 이외에도 중국 미니맥스(MiniMax)와 Z.ai의 AI 모델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중국은 AI 에이전트(챗봇을 활용해 티켓 구매나 일정 추가 같은 온라인 작업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개발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스타트업 문샷 AI가 지난 11월 공개한 키미 K2 모델 최신판처럼 에이전트 친화적이고 오픈소스인 모델들은 생성형 AI 혁명의 차세대 전초기지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미국적 가치에 기반한 오픈 모델을 구축하여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메타(Meta)와 같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오픈 소스보다는 폐쇄형 모델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정부의 구상과 현장의 전략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다고 AFP는 지적했다.
동시에 중국 기술 채택에 따른 위험 요소도 여전히 존재했다. 많은 미국 기업은 향후 미중 관계가 악화되어 중국 기업이 제재 명단에 오르거나 기술 사용이 전면 금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서비스 중단 리스크를 우려했다. 또한 서구권의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는 모델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오픈소스 기술의 특성상 내부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오히려 보안 검증이 용이하며, 중국과의 연결 고리 없이 독립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신뢰를 쌓는 데 더 유리하다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고 AFP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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