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무역대표 "中, 희토류 통제로 세계 공급망 장악 시도"
"中 신뢰 잃으면 전 세계의 디커플링 직면"…러시아 원유 구매에 관세 경고
12월 시행 앞둔 '희토류 역외 통제' 최대 쟁점…트럼프-시진핑 회담서 '관세 휴전' 연장 기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 계획을 세계 공급망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이 아직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을 철회할 수 있고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희토류 통제로 전 세계와 맞서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중국의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미국과 동맹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인공지능(AI) 시스템, 첨단 기술 제품은 물론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일반 소비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면 세계는 결국 (중국과) 디커플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당국이 최근 미국 자동차 회사들에 희토류 자석의 선적 지연이 "아마도 휴일 때문일 것"이라고 둘러댔던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은 러시아 전쟁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희토류든 무엇이든 간에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희토류 통제 조치를 강행할 경우, 유럽 동맹국들이 동참한다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에 관세 부과도 고려할 수 있다고 베선트 장관은 압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중국 측 무역 협상 대표 리청강을 꼭 집어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리 대표가 지난 8월 워싱턴을 예고 없이 방문해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선박에 대해 항만 이용료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시스템에 혼란을 일으키겠다"고 리 대표가 위협했다고 베선트 장관은 주장했다. 베센트 장관은 "아마도 그는 불량배가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베선트는 "그(리청강)가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은 14일부터 상대국의 선박이 자국 항만에 정박할 때 특별 이용료 혹은 특별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희토류 및 핵심광물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에 추가 관세 100% 보복을 위협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 조치에는 자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려는 국가는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산 희토류 원자재나 기술을 사용해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까지 중국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 규정(FDPR)'과 유사하게 중국의 규제관할권을 역외제품까지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을 고조시킨 최대 쟁점으로, 해당 조치는 12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외에 리튬 배터리와 인조 흑연 음극재 관련 장비 및 기술, 희토류 관련 장비 등에 대한 수출 통제는 11월 8일 적용된다.
최근 재고조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이 희토류 통제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완화를 유도하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수출통제 이행을 연기할지 여부"가 관건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FT는 전했다.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협상의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중국이 아직 본격적 희토류 규제를 시행하지 않았고 미국 역시 보복 관세 인상을 실행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리어는 "양국 모두 아직 초안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협상을 통해 원래 합의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선트는 "세계는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리스크를 줄이고 싶을 뿐이다. 중국도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양국은 관세 휴전을 유지하고 있으며, 90일 단위로 연장 중으로 현재 시한은 11월 중순 만료된다. 베선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이달 말 한국에서 여전히 만날 예정이며 "이번에는 더 긴 연장도 가능할 수 있다"고 향후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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