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 총재' 폴 볼커 별세

'인플레 파이터' 초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 잡아
반대파 신변 위협에 직접 권총 차고 다닌 일화도

20세기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 총재로 평가받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8일(현지시간) 사망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10% 이상에 달하던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려온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8일(현지시간) 타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향년 92세.

볼커 전 의장은 전립선암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5~1987년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연준 의장을 지낸 그는 강한 저항에도 오일쇼크 여파로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약 20%까지 올렸다. 2m가 넘는 거구인 그는 당시 신변 위협 때문에 직접 권총을 차고 다니기까지 했다.

카터에 이어 대통령 직에 오른 로널드 레이건은 취임 초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압박했지만, 이에 불복하지 않은 당시 볼커의 강단은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폴커 전 의장의 강력한 고금리 정책 결과, 미국은 물가안정과 산업 구조조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이후 장기호황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독일 출신 경제학자 헨리 카우프먼은 볼커 전 의장에 대해 "20세기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이라고 극찬했다.

1987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자기자본의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 룰'로 유명하다. 볼커룰은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를 막아 그 여파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2010년 발효된 금융개혁법 '도드-프랭프법'의 부속 조항이다.

볼커룰의 도입으로 은행들이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이 금지됐다.

1927년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난 볼커 전 의장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대학원, 런던정경대학(LSE)을 졸업한 뒤 체이스맨해튼은행, 미 재무부, 뉴욕연방준비은행 등을 거쳐 연준 의장에 올랐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