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바로 "獨, 환율 저평가로 美와 EU 회원국 착취"

"EU와의 TTIP 협상 독일 때문에 결렬" 선언

피터 나바로 미국 신임 무역위원장. (출처 : UCI)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독일이 유로화를 "엄청나게(grossly) 저평가시켜"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피터 나바로 미국 신임 무역위원장이 비난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가 "사실상 과거 독일의 마르크화와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과거 독일이 마르크화 약세를 이용해 타국과의 교역에서 자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득을 본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을 가리켜 미국과 EU가 자유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과 EU 사이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도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TTIP를 미국과 EU 양자 간의 무역협정으로 보는 데 큰 장애물은 독일이다"며 "미국 및 EU 회원국들에 대한 독일의 구조적인 무역 불균형은 EU 내부의 이질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TTIP는 양자 간 협정의 탈을 쓴 다자 간 무역협정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다자간보다는 양자간 무역협정을 더 선호한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12개국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독일은 미국 및 유로존 회원국들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EU와 미국 사이에서 마찰을 일으킨 쟁점이었다. 독일 정부에 대해 국내 수요를 부양하고 경제 불균형을 바로잡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날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 새 행정부가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처럼 독일의 문제를 외교적 수사로 어물쩍 넘어가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FT는 진단했다. 독일과 EU 지도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감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점도 의미한다.

나바로 위원장은 미 하원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국경세를 사실상 지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불공평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하에서 불평등한 세제 운용을 통해 미국을 착취하는 외국 기업들에게는 지독하게 불공정한 보조금이 제공되고 있고, 미국의 수출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관세를 물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빼앗겼고 미국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우리 소득세제에 대한 이러한 불공정한 활용을 종식하겠다고 약속했고, 하원에서 제안한 국경세 도입은 여러 대안 가운데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수입물가가 상승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나바로는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려 미국의 임금과 고용을 억압한 세계화주의자들의 낡고 지겨운 주장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복지혜택보다 급여를 주는 것을 우리는 선호한다. 높은 임금을 통해 미국 중산층이 강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수입물가가 좀 오르더라도 소득이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국경세를 도입하면 미국의 달러화가 더 강해져 결국 수출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나바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가 미국의 경제 성장률과 소득 성장률에 미치는 실제적인 충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바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독일이 유로화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스톡홀름에서 가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항상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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