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레츠'는 구시대 산물…다이하쓰 탈(脫) '토요타경영' 대박

다이하쓰 공업주식회사의 역작 미라 e:S(제일 앞)가 다른 다이하쓰 자동차들과 함께 도쿄의 한 자동차 판매소에 전시돼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 로이터=뉴스1) 권영미 기자 = 일본의 경차 제조사인 다이하쓰(ダイハツ) 공업주식회사가 수십년간 고수해온 토요타식 경영방식을 버린 마이웨이 실험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룹사내 일종의 몰아주기 방식인 '게이레츠(系列) 시스템'를 버린후 생산한 값싼 경자동차인 '미라e:S' 모델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새 경영방식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 일색이다.

출고가격 6637달러, 즉 700만원이 약간 넘는 '착한' 가격에 환경(ecology)과 경제(economy)를 뜻하는 e와 스마트(smart)의 's'를 합친 이름의 미라e:S는 이 새로운 경영방식에 의해 당초 예상한 데서 대당 1000달러의 생산비까지 절감된 획기적인 모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성과가 주식 일부를 교차소유하고 인적교환을 함으로써 조립사와 부품업체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영방식인 '게이레츠'를 버린 데 따른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게이레츠는 다이하쓰의 모기업 격인 토요타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이후 많은 일본 기업들이 채택했으며 1980년대와 90년대엔 일본경제의 성공을 가져온 경영기법으로 전세계적으로 칭송을 들었다.

하청을 주는 기업과 받는 기업간의 수직관계를 철폐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품질개선에만 주력한 경영행태로 이 협력결과 실용적이면서도 탄탄한 토요타 최고의 히트모델인 코롤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년간 일본 시장의 판매가 줄고 신흥시장으로 성장과 판매의 축이 옮겨지고 자동차기술혁명을 겪으면서 게이레츠는 옛말이 되고 있다. 이제 시장은 관계지향이 아닌 시장메카니즘 속에서 가격과 가치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두는 경영기업이 추구되며 그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몇년 내로 게이레츠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다이하쓰의 회장직에서 퇴임하고 현재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시라미즈 고수케(74)가 추진한 이 새로운 경영기업을 모기업인 토요타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라미즈 고문은 "토요타의 방식은 고비용의 경영방식이며 이를 고수했다가는 다이하쓰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토요타는 다이하쓰의 주식 51%를 갖고 있다. 토요타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비 때문에 다른 브랜드의 경차 모델에 수요가 밀리고 있다. 시라미즈 고문은 올해 초 토요타가 다이하쓰에게 인도에서 토요타 이름으로 팔릴 수 있는 저가 경차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SOS를 청했다고 귀띔했다.

토요타 역시 게이레츠 폐기를 준비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토요타는 부품업체들에 토요타에만 수주를 의지하지 말고 다른 일본이나 다른 외국 자동차회사와의 계약도 진행시키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글로벌 부품기업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기술업체등과 합병하거나 교류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라미즈 고문은 다이하쓰의 부품사와의 관계 개혁은 실험의 한 형태일 뿐이며 규모가 더 큰 토요타가 그대로 가져다 쓰기엔 아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년간 서서히 게이레츠를 무용지물로 만든 변화는 '낮은 가격'으로 요약된다. 자동차 제조기술을 습득한 외국기업들이 추격해오면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치열해진 경쟁은 자동차의 '낮은 가격'을 이끌었다. 특히 부대 시설보다는 필요한 것만 있고 싼 자동차를 원하는 신흥시장 소비자의 성격상 모기업과 하청기업의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해 고비용이 드는 게이레츠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시라미즈 고문에 따르면 신흥시장에서 토요타의 자동차 스펙은 샌들이 필요한 곳에 고급구두를 제공하는 것처럼 쓸모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같은 험한 도로에선 어차피 어떤 부품이라도 10년동안 남아나기는 어려워 이들 소비자들은 값싸게 쉽게 갈아치울 수 있는 부품과 자동차를 원한다는 것이다.

시라미즈 고문은 또한 부품하청업체와의 계약시 작용하는 '어카운트 시스템(account system)'의 철폐에도 착수했다. 이 시스템에선 다이하쓰에 계좌를 갖고 있는 기업들만 부품을 제공할 수 있어서 품질과 가격이 더 좋은 부품 기업이라도 계좌를 가진 다른 기업을 통해서만 계약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 중개기업들은 신생기업들에 종종 10%정도의 수수료를 요구하기에 결국 생산 비용의 증가를 가져왔다.

어카운트 시스템의 철폐를 통해 다이하쓰는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까지 더 싼 부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시라미즈는 2009년부터 경영기법 개혁을 시작한 후 2011년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그의 개혁의 결과인 미라 e:S는 다음해 1월 일본에서 출시됐다.

다이하쓰는 '꿈의 가격'인 5000달러 가격의 경차도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결책은 토요타의 부품 공급처들로부터 사들이는 핵심적인 고가의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것이다. 다이하쓰는 자사의 기본철학은 중간단계 없는 내부생산이라면서 이것이 실현되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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