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불확실성 상존…QE 축소 내년 3월이후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로이터=News1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로이터=News1

(서울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미국 워싱턴의 정치 ‘막장 드라마’가 마침내 종영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다시 양적완화(QE) 축소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시작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지만 이후 시기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당초 유력했던 연말 실시 가능성은 여전하나 미 연방정부 '디폴트'라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시행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QE 축소...1월 아니면 3월 유력

캐나다 토론토 소재 RBC자산운용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에릭 라셀레스는 1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10월은 가망이 없고 12월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연준 내에서) 1월과 3월을 놓고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정치권 상황이 변수이다. 앞서 지난 16일 미 의회는 내년 1월 15일까지 유효한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연방정부의 차입 허용 권한은 내년 2월 7일까지 연장시켰다. 이는 셧다운· 디폴트우려를 키운 정치 ‘막장 드라마’가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내년 1월을 피해 3월 이후 시기를 선택할 것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3월 이후 시기는 연초 예산 논쟁이 재현된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지 상황이 정리됐을 시기이기 때문에 경제의 기초 체력이 개선됐는지를 판단하기 쉬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벤 버냉키 의장은 연준의 결정은 경기개선이 지속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뉴욕 소재 JP모간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정치권의 대립이 지속된다면 (연준은) 3월까지 기회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3월은 상황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첫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3월 이후 시기를 예상하는 데엔 다른 이유도 있다. 버냉키 의장은 1월 말 물러나고 의장직은 재닛 옐런 현부의장이 잇는다. 수장 교체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에 1월에는 중요 정책을 변경시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준은 1월 28~29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문제는 돈이다. 1월을 건너뛰고 3월까지 기다린다면, 그렇지 않아도 과도하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연준의 대차대조표(지난 8월 말 기준으로 3조6000억달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준은 매월 8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외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분명한 상황이 아니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여전히' 12월 QE 축소 전망도

이런 저런 이유들을 고려해 경제가 셧다운 영향에서 벗어나 확실히 반등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연준이 내년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12월에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연준은 통화정책을 점차적으로 예측이 어려워지는 의회 상황에 연계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새해에 예산 논쟁이라는 먹구름이 보인다고 해서 행동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이다.

뉴욕 소재 바클레이스의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위험 자산 시장 상황이 12월에 좋다면, 또 고용 수치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실업률이 하락 추세를 보인다면, 양적완화 축소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이 앞서 지난 6월 연준은 연내에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에스터 조지 캔사스 연은 총재는 오클라호마 시키에서 강연을 통해 "양적완화의 혜택은 작았고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며 "일부 데이터가 없을 수 있지만 경제 동향을 점검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셧다운 여파로 연내 실시 어려울 수 있어

관건은 경기 동향이다. 16일 동안 지속됐던 셧다운과 디폴트 우려는 성장률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연준 위원들은 경기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

로이터가 셧다운이 시작된 지난 1일 이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4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셧다운으로 인해 0.3% 포인트 하락(중간값 기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4분기 성장률은 연율 2.3%를 예상했다. 실업률을 추가적으로 낮추는데는 부족한 수치이다.

지난해 말 연준은 실업률이 6.5%를 하회할 때까지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으로 유지하고 매월 8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3%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전일 성명에서 "셧다운은 4분기 성장률에서 최소 0.6% 포인트 이상을 떨어뜨렸다"며 "지난 9월에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연율 3%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률을 2%에 가까운 쪽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지표 데이터가 왜곡됐을 것이란 우려

셧다운으로 발표가 미뤄졌던 각종 경제 지표들이 다음주부터 쏟아질 예정이지만 지표의 기초인 데이터가 상당 부분 왜곡됐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연준이 결정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해당 월 내내 특정 상점을 방문, 취합한 가격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하지만 노동통계국은 셧다운 때문에 최소한 이달 초반 가격 데이터는 확보하지 못한다. 현장조사를 17일 재개한다고 해도 월간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 필요한 충분한 샘플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셧다운으로 인해 월간 소비자물가지수의 정확성이 내년 5월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10월 실업률 지표도 오류를 담고 있을 수 있다. 실업률을 측정하는데 필요한 가계 조사가 지난주에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위스콘신 매디슨에서 강연을 통해 "경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셧다운 여파를 헤쳐갈 수 있는지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연준이 몇 차례 더 회의를 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