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내놔…인스타도 탈퇴해" 말에 격분 엄마 살해한 13세 소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서 흉악범죄 발생
형사책임 최저 연령 미달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아

사망한 여성 상트페테르부르크 프룬젠스키 지구에 거주하던 스베틀라나 체글리아코바. 출처=미러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 받은 13세 소녀가 어머니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27일(현지 시각) 데일리미러 등 러시아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숨진 여성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프룬젠스키 지구에 거주하던 여성 스베틀라나 체글리아코바(46)로 그녀의 13세 딸에 의해 살해당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주거 밀집 지역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곳이었지만, 흉악범죄가 거의 발생하지 않던 곳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체글리아코바는 딸 A 양이 늦은 밤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자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당분간 SNS 사용을 중단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후 모녀 사이의 언쟁이 급격히 격해졌고, 그 과정에서 A 양이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와 어머니의 목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범행 직후 소녀는 자신의 손에도 상처를 낸 뒤 집 안에 있던 물건에 불을 붙여 현장을 훼손하려 했다. 하지만 불길은 이웃 신고로 빠르게 진화됐고, 소녀는 현장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현장의 증거는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수사 초기 A 양은 "외부에서 괴한이 침입해 어머니를 공격했다"고 진술을 했지만, 현장 상황과 진술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계속해서 A 양을 추궁했고, 결국 자신이 직접 범행했다는 시인을 받아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A 양이 평소 온라인 게임과 SNS에서 접한 폭력적 장면을 실제로 따라 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 적이 있었다"며 "범행 발생 전부터 특정 게임에 나오는 잔혹한 장면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또한 A 양은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가 외출을 제한했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통제했다"며 "사사건건 간섭이 심했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갈등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살인 혐의로 조사하고 있지만, A 양은 형사책임 최저 연령(14세)에 아직 이르지 않아 법적 처벌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병원에서 상처 치료와 심리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후 소년 보호시설로 옮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급격히 늘어나는 청소년 온라인 중독 문제를 보여주는 사건이자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사례"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경찰 A 양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과정, 주변 환경 요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조사와 전문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