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계 신성 '반쪽 한인남매'…실력이 말한다
- 김혜지 기자
(마닐라 AFP=뉴스1) 김혜지 기자 = 종합격투기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10대 남매가 주목을 끌고 있다. 어린나이에도 실력으로 인정받는 이들 남매는 어머니가 한국계인 '반쪽 한국인'이다.
AFP통신은 9일 대회 출전을 앞두고 필리핀 마닐라 호텔 체육관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안젤라 리, 크리스천 리 남매를 만났다.
열아홉살 스트로급 파이터인 안젤라는 지난 5월 프로 데뷔전 이후 무패 행진을 잇고 있는 무서운 신예이다. 3연속 한판승을 기록하며 '언스토퍼블(막을 수 없는)'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특히 지난 11월 대회에서는 종합격투기 경기 중 보기 드물다는 트위스터 락(twister lock) 기술로 승리를 거두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남동생 크리스천도 누나 못지않다. 페더급인 크리스천은 17세로, 이번 대회 출전을 통해 대회 사상 최연소 프로 데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들은 종합격투기 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상도 마다 않은 채 케이지안에서 뒹글고 땀을 흘린다.
용감한 안젤라, 크리스천 남매에게 가족은 큰 힘이다. 늘 함께 하며 이들을 응원하고 돌본다.
남매의 부모는 이번 경기장에도 동행할 예정이다. 남매가 어릴적부터 코치를 자처해온 이들은 두 자녀가 운동을 그만 둘 정도의 큰 부상을 입지 않길 기도하며 경기 당일 시합 마지막 1분까지 남매를 지도할 것이다.
또다른 형제들도 경기장 한켠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각각 11살, 9살인 두 동생은 가족들의 뒤를 좇아 역시 격투스포츠 경력을 쌓을 생각이다.
한국계인 어머니 쥬웰즈 리는 "격투기는 우리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준다"며 "가족끼리 협력할 때 시너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젤라는 동생 크리스천이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평하면서 경기에 집중하며 동생도 신경 쓰느라 긴장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번 대회에서 안젤라는 대회 4연패에 도전한다.
◇남매의 ‘훈훈한’ 성장 과정
캐나다에서 나고 하와이에서 자란 안젤라와 크리스천 남매는 걸음마를 막 떼자마자 격투기를 배웠다. 하와이에서 부동산 일을 하며 체육관을 운영했던 싱가포르인 아버지 켄 리(43) 덕분이다.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격투기를 가르쳐주셨어요. 배우면 배울수록 빠져들었어요. 종합격투기는 당연한 수순이었죠." 크리스천은 말했다.
아버지 켄 역시 아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격투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훈련이 우리 생활이에요. 유전자만으로는 안 돼요. 열의가 있어야 해요. 아이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남매는 매일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스파링과 식단 조절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안젤라와 크리스천 역시 학업이나 훈련에 소홀하면 부모로부터 긴 설교를 듣고 종종 외출 금지에도 처해지는 평범한 청소년이라고 어머니 쥬웰즈는 귀띔했다.
◇ 바라만 보기 가슴 찢어지는 부모
"아이들이 다치는 걸 보면 당연히 가슴이 찢어집니다."
어머니 쥬웰즈는 자신의 자식이 링 위에서 다치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다고 고백하면서 시합때 기도를 통해 침착함을 유지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훈련을 각별하게 열심히 시키는 것입니다." "부상도 줄이고 승리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죠." 아버지 켄의 말이다.
용감한 남매 안젤라 리와 크리스천 리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일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Mall of Asia Arena)에서 열리는 '원 챔피언십:스피릿 오브 챔피언스 대회'에서 4연패와 첫승에 각각 도전한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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