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통령 시대" 열린 한국, 세계 여성지도자에 획을 긋나

왼쪽부터)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 News1 몇해 전까지만 해도 세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여성지도자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정도 였다. 지난 2월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이 대처역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철의 여인'도 '여성지도자 = 대처'라는 공식을 굳어지게 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사이에 세계 곳곳엔 대처 외에도 지도자로 활약하는 여성들이 줄을 잇는다. 19일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선출되면서 '여성리더 시대'가 펼쳐짐과 동시에 앞서 '우펀 파워'를 보여준, 혹은 보여주지 못한 해외 여성지도자들의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박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딸로 지도자 자리에 오른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있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맏딸로 '수카르노푸트리'는 '수카르노의 딸'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박 당선인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 시절 대부분을 대통령 관저에서 보냈다.

2001년 와히드 대통령이 부패와 실정으로 탄핵되자 당시 부통령이던 그녀는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2004년까지 국정을 운영했다. 그러나 달변가였던 아버지 수카르노에 비해 대통령직 승계에 대한 입장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등 극도의 과묵함을 보였다. 또 정책 결정에 있어 소수 측근에게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5년 독일어 사전엔 여성 총리라는 뜻을 가진 단어 'kanzlerin'이 새롭게 추가됐다. 앙겔라 메르켈이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기 때문이다. 빈틈없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죽어가는 독일 경제를 살려낸 메르켈 총리는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을 유럽연합(EU)의 리더 국가로 성장시켰다. 또 그녀는 2년전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던 유럽발 재정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했고 통일독일 이후의 동서화합도 무리 없이 잘 이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미에는 2010년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여성지도자로 선출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있다. 그녀는 지난 14일 브라질 전역에 적어도 800개 이상의 지역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과감한 정책 추진력을 보여 '브라질의 대처'로 불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퇴임시 87%라는 놀라운 지지율을 보였던 전임 룰라 다 실바 대통령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4일 브라질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 10명 중 8명은 그녀를 지지하고 있다.

또 퇴임을 앞두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벌써 2016년 대선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녀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와 대등한 대결을 펼치면서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4년 가까이 국무장관직을 수행한 그녀는 역대 어느 장관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00만 마일을 비행하며 112개국을 누볐고, 미국의 외교수장으로서 전 세계의 현안에 관여했다.

아시아에서는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도자다. 오랜 가택연금 등으로 탄압받다 올해 보궐선거를 통해 의회에 입성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랜드, 아일랜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여성 지도자들이고 이들 국가의 복지수준과 행복지수는 현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의 잔 다르크로 불리는 율리아 티모셴코 수상도 그녀의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잉락 친나왓이 첫 여성 총리로 등장해 태국은 새 희망에 들떠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