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약혼녀 위해 고향팀으로 이적…분데스리가 울린 '무조건 사랑'

프라이부르크 스트라이커 에렌 딩치 사연 감동
소속팀은 임대료 양보…수천 명 골수 기증 등록

에렌 딩치와 약혼녀 신야. (빌트 캡처)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백혈병 투병 중인 약혼녀를 위해 좋은 조건을 포기하고 고향 팀으로 돌아간 독일 축구선수 에렌 딩치(24)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독일 매체 빌트는 최근 딩치가 올여름 SC 프라이부르크를 떠나 베르더 브레멘으로 임대된 배경에 약혼녀 신야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딩치는 지난 17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브레멘으로 1년 임대됐다. 브레멘에서 태어나 성장한 딩치에게 브레멘은 프로 선수로 성장한 고향 팀이다. 그는 2019년 브레멘 유소년팀에 합류했고, 2020년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하이덴하임 임대를 거쳐 2024년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다.

딩치가 고향 팀으로 돌아간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약혼녀 신야가 올해 초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삶이 크게 달라졌다.

프라이부르크 시절 에렌 딩치(왼쪽). ⓒ AFP=뉴스1

항암 치료를 받는 신야는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이어가기를 원했다. 딩치는 약혼녀의 바람에 따라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브레멘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딩치는 "약혼녀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녀 역시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집과 가까운 곳에 있고 싶어 했다"고 올여름 이적에 관해 설명했다.

프라이부르크도 딩치의 결정을 존중했다.

빌트에 따르면 브레멘은 딩치를 약 40만 유로(약 6억4000만 원)의 임대료만 내고 데려왔다. 당초 프라이부르크가 원했던 구매 의무 조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프라이부르크가 선수의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해 사실상 이적 조건을 양보한 셈이다.

딩치와 신야는 지난 4월 백혈병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 조혈모세포 기증자 등록을 독려하는 활동에도 나섰다. 프라이부르크와 하이덴하임, 독일골수기증센터(DKMS)가 함께 등록 캠페인을 진행했고 수천 명이 참여했다.

딩치는 지난 7월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신야의 머리를 직접 밀어주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축구보다 가족을 선택한 축구계 인사는 딩치가 처음은 아니다.

체사레 프란델리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은 2004년 AS 로마 지휘봉을 잡았지만,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아내 곁을 지키기 위해 사임했다. 마틴 오닐 셀틱 감독 역시 2005년 암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기 위해 당시 셀틱 지휘봉을 내려놨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 역시 2019년 골육종 진단을 받은 9세 딸 사나를 돌보기 위해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사나는 같은 해 8월 눈을 감았다.

이들에게 축구는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가족은 그럴 수 없었다. 딩치 역시 약혼녀의 투병을 위해 자기 선수 경력에서 중요한 선택을 내렸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