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털이 왜 부끄러워?"…제모 대신 알록달록 염색한 여성 늘어난다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중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겨드랑이털을 알록달록하게 염색하는 이색적인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한때 여성에게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졌던 겨드랑이털을 오히려 개성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의 젊은 여성들이 겨드랑이털을 파란색, 노란색 등으로 염색하며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레드노트에는 염색한 겨드랑이털을 공개한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직접 탈색과 염색하는 방법을 공유하는가 하면, 피부 자극이나 색이 빠지는 현상 등 주의사항을 알리는 글도 올리고 있다.
중국 여성 샤오쿠이(가명)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겨드랑이에 난 털을 지적하면서부터 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경험 이후 겨드랑이털을 "보기 좋지 않고, 더럽고,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오랜 기간 제모를 해왔다.
그러던 중 용과를 연상시키는 분홍색으로 겨드랑이털을 염색한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샤오쿠이는 자 겨드랑이털을 금발로 염색한 뒤 SNS에 사진을 공개했다.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성 샨샨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2011년 초록색으로 염색한 겨드랑이털을 선보였던 모습을 본 뒤 노란색 염색에 도전했다.
그는 세 차례 염색을 거치면서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서 여성의 겨드랑이털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됐다는 것이다.
문화 연구자들에 따르면 중국 전통사회에서는 오히려 신체에 난 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다.
유교에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이 강했다. 송나라(960~1279년) 시대 회화에서도 겨드랑이가 드러난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에서도 자연스러운 겨드랑이털을 확인할 수 있다.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에서는 배우 탕웨이가 치파오를 입고 등장하면서 겨드랑이털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1930년대 상하이 여성들의 미적 기준을 재현하기 위해 탕웨이가 촬영 전 약 8개월 동안 겨드랑이털을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문화 연구자들은 중국에서 형성된 '겨드랑이털 콤플렉스' 자체가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1980~1990년대 중국에서 서구 영화와 TV 프로그램, 패션 잡지 등이 인기를 끌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매끈하고 털이 없는 피부와 연결하는 미적 기준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면도기와 제모 제품 광고 역시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한 '바디 포지티브' 운동과 함께 체모나 체형, 피부 상태 등 자연스러운 신체적 특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여성의 신체와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겨드랑이털을 제모하지 않거나, 아예 염색해 개성을 표현하는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겨드랑이털을 염색하는 것은 부끄러움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며 "누군가는 제모하고, 누군가는 그대로 두고, 누군가는 염색한다. 결국 여성의 겨드랑이가 어떻게 보일지는 그 여성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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