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선박 보호는 위험한 도박"…침묵 빠진 5개국 속사정

(서울=뉴스1) 문영광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공식 요구하며 사실상의 '파병 청구서'를 던졌다. 하지만 치명적인 군사적 위험성과 막대한 작전 비용을 우려한 국가들은 일제히 침묵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받는 세계 각국은 그 항로를 책임져야 한다"며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보낼 것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안정적인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나라들이 이 해역의 상선을 보호하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란 공습 개시 후 6일 만에 113억 달러(약 17조 원)가 소요되는 등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도 분담하라는 취지의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전 해군제독 닐 모리세티의 말을 인용해 "현재로선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는 위험이 너무 많이 따른다"고 전했다.

이에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5개국은 모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일본은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인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즉각적으로 해군 함정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CNN방송에 "중국은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트럼프의 요청에 대해선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프랑스와 영국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청와대가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H.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언급한 국가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데 이는 꽤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 당한 태국 화물선. 2026.03.11 ⓒ AFP=뉴스1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폭이 좁은 지점이 3.2km에 불과해 '킬 박스'(집중 공격 구역)로 평가받는 위험 지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으로부터 유조선 1척을 호위하는 데는 함선 2척이 필요하고, 유조선 5∼10척을 보호하려면 함선 12척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란은 최대 6000개의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뢰 제거 비용은 부설 비용의 최소 10배가 들고, 제거에 걸리는 시간은 부설 시간 대비 최대 200배에 달해 이란이 장기간 봉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보 분석가인 마이클 호로위츠는 "선박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큰 도박"이라며 "단순히 공군력이나 해군력만으로는 부족하며, 해안의 주요 지역에 지상 병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glory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