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실종된 여성, 3명에 성폭행당해 아이 넷…"내가 거뒀다" 1명 석방

중국 정신질환 여성, 실종된 후 농촌서 남성과 동거
검찰 "강간 아냐, 가정 꾸린 것"…현지 누리꾼 공분

13년 전 실종된 이후 중국 산시성 허순현의 한 농촌에서 발견된 부 씨. (더우인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정신질환 앓는 여성을 성폭행해 아이를 낳게 한 뒤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남성을 불기소한 중국 검찰의 결정이 현지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진중시에 거주하던 대학원생 부 모 씨(당시 32·여)는 2011년에 실종됐다. 그는 2008년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조현병으로 여러 차례 입원 치료받은 이력이 있었다.

부 씨의 가족들은 약 13년이 지난 뒤에야 그가 원래 집에서 약 145㎞ 떨어진 산시성 허순현의 한 농촌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당시 허순현의 한 여성이 제보한 덕분이었다.

해당 여성이 "우리 삼촌이 10년 넘게 '화화'로만 알려진 여성과 함께 살고 있는데, 그 여성의 신원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며 실종 가족을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블로거에게 연락한 것이다.

부 씨의 가족들은 그가 허순현에서 장 모 씨(46)와 동거하며 4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 중 한 명은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입양됐다고. 이에 부 씨가 인신매매와 성폭력 피해자일 가능성이 제기됐고, 가해자는 장 씨 외에도 여러 명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허순현 인민검찰원은 부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마을의 다른 남성 2명을 강간 혐의로 기소했고, 장 씨도 붙잡아 조사했다. 장 씨는 초기 조사에서 "내가 부 씨를 거둬들였다"고 표현했다.

문제는 장 씨는 기소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알려지면서 현지를 충격에 빠뜨렸다. 검찰은 부 씨가 정신 질환으로 인해 성폭력에 스스로 저항할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장 씨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장 씨가 오랜 기간 부 씨와 함께 생활하며 아이를 낳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검찰은 "장 씨의 행위는 강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의 주관적 의도는 가정을 꾸리는 데 있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불기소 처분서에 따르면, 검찰은 다른 두 남성은 기소하면서 부 씨가 정신질환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장 씨와 부 씨의 첫 성관계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고 친밀해진 가운데 이뤄졌으며,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렸다고 밝혔지만 법적 혼인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아울러 검찰은 장 씨의 아이 한 명을 4만 위안(약 800만 원)에 입양 보낸 것 역시 개인 간 입양으로, 아동 인신매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지난해 말 결정된 이 처분은 누리꾼들의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SNS에서는 "성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여성의 동의 여부를 묵인하는 것 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울러 이번 검찰 결정을 통해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비꼬았다. 중국 정부는 수천만 명에 달하는 결혼하지 못한 남성 인구 문제로 인해 여성 인신매매를 오랫동안 묵인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외에도 누리꾼들은 정부가 남성과 전통적 가족을 보호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앞서 언급한 행위들은 명백히 경미하며, 피해도 최소한에 그쳤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중국 웨이보에서는 부 씨 관련한 해시태그가 1억 6000만 회 넘게 조회된 뒤 차단됐다. 이후 부 씨의 시누이는 SNS에 부 씨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치료받고 상태가 호전돼 미소 짓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