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사망 8시간 뒤에도 업무 지시 문자…32세 흙수저 개발자의 마지막

토요일에도 일한다던 중국 남성, 급성 심장마비
'996 근무제' 뭐길래…"주 2일 휴무 보장 안돼"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중국에서 수년간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던 30대 프로그래머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가운데, 숨진 지 8시간 뒤 회사로부터 업무 지시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가오광후이(32)는 지난해 11월 어느 토요일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 리 씨는 "그날 아침 남편이 몸이 좋지 않다며 일찍 일어났고, 앉아서 '일도 좀 하겠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가오의 돌연 경련을 일으킨 뒤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의식을 잃었다. 광둥성 제2중의병원은 이날 오후 가오의 사망을 선고했다.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였으며, 의료진은 과로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내 리 씨는 "남편은 사망 당일에만 회사 업무 시스템에 5차례 접속했다. 구조 중에도 그의 메신저 계정은 새 업무 단체 대화방에 추가됐고, 사망 8시간 후에는 긴급 업무 지시 메시지까지 전달받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남편은 사망 전 매일 평일 오후 9시 30분 이후에 귀가했다. 2021년 팀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이런 생활이 일상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남편에게 '이제 그만하고 집에 와'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던 기록도 공개했다.

하지만 가오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 팀원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라며 조퇴나 휴가를 거부해 왔고 결국 과로 끝에 사망했다.

리 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편이 일을 그만두게 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가오의 사연은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했고, 누리꾼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 것은 그의 힘겨웠던 성장 과정이었다.

중부 허난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광저우로 이주한 그는 용돈을 벌기 위해 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워 팔았다. 이어 소프트웨어 전문대학에 재학 중이던 시절에도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가오는 학교 동창인 리 씨와 결혼했고, 자녀는 두지 않았다. 가오는 16세 때 일기장에 "내 운명과 어려움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나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적었다. 가오의 사망 이후 친구와 지인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동시에 중국 IT 기업들의 '996 근무제'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가혹한 노동 문화로 악명 높은 '996 근무제'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노동법에서는 하루 8시간, 주 44시간 초과 근무를 금지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지 SNS에서는 "주 2일 휴무가 보장되는 직장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은 심장 질환 사망 위험을 42%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오가 근무하던 회사 관할 인적자원·사회보장국은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가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봤다"며 노동 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다니 너무 비극적이다. 어떤 직업도 그럴 가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이제야 이 책임감 강한 남자가 쉴 수 있게 됐다", "야근 없이는 수익을 낼 수 없는 회사라면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