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올렸는데 치매로 기억 못해…39년 함께 산 아내와 '두 번째 웨딩'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70대 남성이 39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마이클 오라일리(77)와 아내 린다 펠드먼(78)은 지난 10일 한 요양시설에서 가족과 지인, 간병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1987년 결혼했지만, 치매로 인해 오라일리는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펠드먼은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청혼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1979년 알라메다 카운티에서 국선 변호사로 일하며 처음 만났다. 펠드먼은 "누군가 제게 정말 훌륭한 변호사의 최종 변론을 보고 싶으면 마이클의 변론을 보라고 하더라. 그는 정말 뛰어난 변호사였다"라고 회상했다.

처음 오라일리는 펠드먼에게 멘토이자 친구였다. 당시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펠드먼은 "때때로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가곤 했고, 그렇게 점점 더 서로를 알아가게 됐다"라고 전했다.

몇 년 후 두 사람은 이혼했고, 오라일리는 펠드먼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며 호감을 표했다. 하지만 펠드먼은 내키지 않아 했다. 그녀는 "어린아이가 있었고 막 이혼한 상태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라일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펠드먼이 법의병리학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모든 국선 변호사들에게 부검을 참관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묻는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 펠드먼과 다른 변호사 한 명만 참석 의사를 밝혔다.

펠드먼은 "그는 내가 승낙할 줄 알았다"라며 "다른 변호사는 영안실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져 곧바로 뛰쳐나갔다. 그 후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갔고, 그게 우리의 첫 데이트였다"라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했고, 각자의 가족과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오라일리에게는 현재 43세, 46세인 두 딸이 있고 펠드먼에게는 45세인 아들이 한 명 있다.

오라일리는 펠드먼에게 청혼했지만 그녀는 재혼에 대해 망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자신들의 관계가 아이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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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1987년에 거실에서 간소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7년 전 오라일리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펠드먼은 오라일리가 그 전부터 수년간 기억력을 앗아가는 이 질병의 징후를 보였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가 그의 기억을 갉아먹기 시작하기 전 오라일리는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때 아무런 메모도 없이 4시간 동안 최종 변론을 펼칠 정도였다.

펠드먼은 수년간 오라일리의 집에서 주된 간병인 역할을 했지만, 병세가 심해지며 요양 시설로 옮겼다.

오라일리는 지난해 11월 펠드먼을 바라보며 40년 전 했던 질문을 다시 던졌다. "나와 결혼해 줄래?"라는 청혼을 펠드먼은 다시 받아들였다.

펠드먼과 가족들은 결혼식 당일 오라일리가 군중과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했지만 그가 하루 종일 무척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펠드먼은 "비록 그날이 고통스러운 현실 복귀로 끝났지만 펠드먼은 그 행사에서 느꼈던 사랑과 기쁨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든 간에 희망을 주는 이야기다. 사랑은 가장 힘든 장애물조차도 이겨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