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 때마다 1시간, 최장 4시간…"치질 탓" 해고된 남성, 법원 판단은?

"치질 걸렸다, 해고는 불법" 6700만원 보상 요구
법원 "화장실 체류 시간, 신체적 필요 크게 초과"

(클립아트코리아법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화장실 한 번에 한 시간씩, 최장 4시간을 머문 중국의 엔지니어가 해고됐다. 이 직원은 치질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긴 법적 공방 끝 항소가 기각됐다.

지난 14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시 총공회연합회는 장쑤성 출신 리 씨가 근로계약의 부당 해지를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한 사례를 공유했다.

앞서 리 씨는 해당 회사에 2010년 입사했으며, 2014년 무기계약을 갱신했다. 계약서에는 '허가 없이 일정 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는 행위는 무단결근에 해당한다', '180일 이내 근무일 기준 총 3일 이상 결근할 경우 즉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리 씨는 지난해 4~5월 한 달 동안 총 14차례 화장실을 이용했으며, 한 번에 1시간 이상 화장실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가장 길게 머무른 시간은 무려 4시간에 달했다.

회사는 리 씨가 자리를 비운 사실을 인지한 뒤 메신저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리 씨의 직무는 업무 요청에 항상 즉각 응답해야 하는 자리였다.

회사는 CCTV를 확인한 뒤 해고 조치를 내렸다. 회사는 해고에 앞서 노동조합의 동의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리 씨는 지난해 5~6월 배우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한 치질 치료약과 올해 1월 받은 입원 수술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리 씨는 회사의 계약 해지가 불법이라며 32만 위안(약 6700만 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회사 측은 리 씨가 화장실에 자주, 그리고 장시간 머무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리 씨가 화장실에 머문 시간이 '신체적 필요를 현저히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또 리 씨가 제출한 의료 기록은 장시간 화장실 이용 이후의 기간을 다룬 것이고,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회사에 사전에 알리거나 병가를 신청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1·2심 재판 끝에 법원은 양측을 중재했고, 리 씨의 회사 기여도와 실직 이후의 생계 곤란 등을 고려해 회사가 3만 위안(약 628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중국 기업이 화장실 이용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도 장쑤성에서 한 남성이 잦은 화장실 이용을 이유로 해고됐으며, 하루 중 가장 긴 화장실 체류 시간은 6시간에 달했다. 당시 법원은 리 씨 사건과 같은 이유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에는 한 운전기사가 고객을 태우러 가야 할 시간에 6분간 화장실을 다녀오는 바람에 고객의 전화 5통을 받지 못했고, 결국 주문이 취소됐다. 회사는 그를 해고하고 2만1,550위안(약 452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운전기사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2,000위안(약 42만 원)만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의 화장실 이용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화장실에 타이머를 설치했다가 사생활 침해로 공분을 불러일으키키도 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노동 안전 및 위생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여기에는 적절한 화장실 이용도 포함된다.

누리꾼들은 "내가 회사 사장이었어도 해고했을 것", "사장 입장을 떠나 동료였다면 정말 불편했을 것 같다. 그가 몇 시간씩 화장실에 머무르는 동안 동료들이 그의 일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 등 반응을 보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