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창고 옆에서"…여교도관과 수감자 은밀한 만남, 그 끝은 비극[이세별사]
영국 교정시설서 불법 행위 신고당한 수감자…출소 후 교도관 찾아가 살해
만장일치 '종신형'…45년형 복역 후 가석방 심사, 관련자 추가 징계 검토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2020년 3월 26일, 영국 알트코스 교도소. 이곳은 극소수의 여성 직원들 외에는 사실상 금녀의 구역으로, 남성 수감자들로 꽉 채워진 폐쇄적 교정시설로 알려진 곳이다.
이날 감방을 점검하던 남성 교도관 레니 스콧(33)은 한 제소자의 매트리스 틈에서 잠금이 풀린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반입이 엄격히 금지된 물품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기기를 확인하던 스콧은 사진첩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을 연달아 마주했다.
평소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 원칙주의자로 통했던 여성 교도관 사라 윌리엄스(36). 그가 등장하는 사적인 사진들과 수감자 일라이어스 모건(31)과 주고받은 노골적인 메시지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여성교도관과 수감자 사이를 한참 벗어난 관계를 오랜 시간 이어오고 있었다.
상황은 명확했다. 감시카메라 사각지대를 피해 웃음 짓고 있는 사라의 셀카, 그녀가 화장실에서 교도관복 상의를 풀어 헤치고 찍은 사진, 수감자 모건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향해 '성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모습까지.
이에 그치지 않고 문자 메시지에는 '오늘 밤 부식 창고 옆에서 보자', '소등 한 시간 뒤에 와', '문은 내가 열고 들어갈게' 같은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들은 단순한 감정 교류를 한참 벗어난 은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교정시설의 규율 따윈 이미 안중에 없었다. 사라는 모건에게 '몇 시에 어디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끝난다', '오늘은 어느 구역의 순찰은 하지 않는다' '내일부터 C 교도관은 며칠까지 휴가를 간다' 등 보안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이들의 관계는 이미 교도소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스콧은 자신이 확인한 모든 내용을 상급 부서에 보고했고, 사라는 다음 날 모든 직무에서 배제됐다. 곧바로 이어진 조사 과정에서 사라는 "사적인 감정은 없었다. 궁지에 처한 재소자의 처지에 대해 공감하며 그를 심적으로 도와주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일 뿐이다. 그 외의 불법적인 관계는 전혀 없었다"라고 부인했지만, 이와 상반된 증거가 이미 모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사라의 동료들은 그녀에 대해 "규율을 먼저 생각하는 교도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정한 금발 머리, 적은 말수, 사적인 대화를 거의 섞지 않는 태도로 빈틈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녀의 이면이 모두 드러났고, 오래된 균열 속에서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낱낱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교도소 내 각종 사안을 위반한 모건은 장시간 '독방' 생활을 시작했다. 깊은 사랑에 빠져있던 사라와의 관계는 당연히 단절됐고, 이 모든 원인을 스콧에게 돌리며 그를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복도를 지날 때마다 모건은 손가락으로 총구 방아쇠를 당기는 제스처를 보냈고, "기다려. 언젠가 네 차례야"라는 말을 반복하며 위협했다.
이로인해 스콧은 수개월간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고, 2020년 7월에는 "집 앞에 며칠째 의심스러운 차량이 서 있다", "모건이 누군가에게 내 살해를 청부한 것 같다. 그는 내 가족들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다"라며 수차례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7월, 재소자 모건이 출소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에게 남겨진 목표는 단 하나였다. 교도관 스콧을 이 세상에서 제거하는 것. 출소한 모건은 1년 넘게 스콧에게 집착하며 스토킹, 미행, 구글링, SNS 등을 통해 그의 출퇴근 시간, 운동 루틴, 부모의 거주지, 자녀의 학교까지 꼼꼼히 기록하며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2024년 2월 8일 저녁, 랭커셔주 스켈머즈데일 체육관 주차장 인근.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스콧에게 형광 조끼를 입고 있는 공사 인부 차림의 한 남성이 다가왔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라는 말과 함께 총성이 이어졌고, 스콧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총격을 가한 남성은 모건이었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복수를 마무리한 그는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고, 쓰러져있는 스콧을 바라보며 입꼬리만 씰룩거렸다.
범행 발생 30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모건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지만 단 한 순간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변호인은 "사라 윌리엄스가 먼저 관계를 강요했고, 비극의 원인 역시 모두 그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범행의 시작부터 결과는 오로지 모건에게 있다. 살인의 고의성 역시 명백하다"고 맞섰다.
9주간 이어진 재판 끝에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모건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규율을 어긴 여성에게 집착했고, 결국 스스로 법을 짓밟았다"며 최소 45년 복역해야 가석방 심사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검찰 또한 "이 사건은 교정시설 안에서 금지된 관계가 만들어낸 비극이자, 집착이 폭력으로 치달은 전형적인 사례이지만 남자들만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범죄"라고 판단했다.
결심 공판 방청석에서 쓸쓸히 앉아있던 스콧의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와 같이 말했다. "내 아들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어요. 저는 끝까지 그를 믿고 있습니다" 법정은 짧은 정적에 잠겼다.
오랜 시간 뻣뻣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던 모건은 그 순간 처음으로 고개를 깊게 숙였다.
현재 사라 윌리엄스는 교정 당국의 추가 감찰과 별도의 징계 절차, 그리고 형사 책임 여부를 놓고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 이후 '알트코스 교도소'는 내부 규율과 감시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있으며, 일부 관계자에 대한 추가 징계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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